'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예고에…여야, 재표결 시점 신경전

입력 2023-12-29 17:18:09 수정 2023-12-29 21:21:21

윤재옥 "재표결 빠른 시간 안에 해야" 강조
야권에선 '급할 게 없다'는 기류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강행 처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하면서 재표결 시점에 이목이 집중된다. 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조속히 재표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지만 민주당 등 야권은 서두를 게 없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총선 후보 공천을 마친 2월 이후로 잡으면 공천 탈락 가능성이 있는 여당 내 비윤석열계 현역 의원의 이탈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도 이낙연계 등 이탈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시점별 유불리를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김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에서 재표결을 한다. 특검법이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여당은 총선 정국 전 야당 공세를 중단시키기 위해서라도 조기에 재표결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에 대해서는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정리를 하는 게 맞다"며 '민주당이 이탈표를 노릴 수 있다'는 질문에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MBC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언제가 유리한지를 보는 것 자체가 특검법이 정략적이라는 것을 스스로 방증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대통령실을 비판하며 민심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민주당에 대장동 특혜 의혹 특검 수용을 촉구한 것을 언급하며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던 많은 사람들은 어디 갔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재표결 시점을 두고 당내에서 급할 게 없다는 기류가 나온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YTN라디오에서 "빨리 거부권을 행사하고 빨리 재의해달라는 것은 본인 편한 대로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재의결은 무기명으로 하는 만큼 여당에서만 이탈표가 나올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정욱 변호사는 이날 채널A 뉴스A 라이브에서 "재의결을 하면 국민의힘에서는 당론으로 하기 때문에 이탈표가 많이 안 나올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이낙연 탈당하고 신당 만들고, 민주당도 공천 탈락한 사람 많다면 오히려 이탈표가 더 많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