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 12월부터 소주 출고가↓
서민과 자영업자, 여전히 '동상이몽'
고물가가 이어지며 서민의 술 '소주'마저 가격이 상승했다. 이에 정부는 주류 과세기준액을 낮춰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정책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주류업계에서도 선제적으로 출고가 인하를 결정했다.
하지만 정책이 오히려 서민과 자영업자에게 혼란을 부추기고, 효과를 체감할 수 없게 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세청은 지난 17일 국산 증류주의 기준판매비율(22.0%)을 내년 1월 1일 출고분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에서 지정한 기준판매비율 22%만큼 과세표준도 22% 할인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소주의 출고가가 10~13%가량 낮아질 전망이다.
이미 주류업계는 12월부터 인하된 가격으로 공급을 시작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2일 출고분부터 소주 제품의 출고가를 10.6% 인하했다. 기존 공장에서 출고되는 가격이 1천247원이었다면 1천115원으로 132원 낮아졌다.
한라산도 지난 26일 출고분부터 10.6% 가격을 낮췄고, 같은 날 대선주조도 10.6% 인하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지난 27일 출고가 인하에 동참해 '처음처럼'은 4.5%, '새로'는 2.7% 각각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소비자들에게, 보다 빠른 가격 인하 동참 소식을 전해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며 "대형마트나 편의점 소줏값도 유통사와 협상해 소폭 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와 주류업계의 노력에도 소비자가 출고가 감소에 대한 영향을 제대로 체감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소주를 구매할 수 있지만, 식당에서는 여전히 소주 가격이 최대 7천원에 달하기 때문. 코로나19 이후 외식과 모임이 늘어나면서 소주 소비 역시 외식 부분에서 증가하는 추세다.
'소주 가격이 내려간다'는 말이 돌면서 자영업자도 '난감하다'는 입장. 경기도 성남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식당 메뉴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주류 판매로 장사를 하고 있는데 소주 가격을 내린다면 메뉴 가격을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며 "재료값부터 인건비, 가게 운영비(수도세, 전기세 등)까지 다 오르는 상황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던 이유가 주류였는데 아무래도 당분간은 올리지도 내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경기침체기다 보니 소주 가격을 다함께 내리자는 말이 나오기 쉽지 않다"며 "혹시라도 독단적으로 가격을 낮춰서 판매한다면 식당 사이에서 고립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반면, 소비자 입장은 싸늘하다. 출고가 인상 때는 식당에서도 가격이 급상승하는데, 반대로 출고가가 인하되는 상황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B씨는 "지인들끼리 모여 마셔도 2병이 넘어가면 1만4천원인데, 예전처럼 늦게까지 마시게 되면 술값만 안주 가격의 배가 넘는다"며 "술 가격이 오르고 나서는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마시는 일이 더 많다. 서울 중심부 쪽으로 가면 (소주를) 8천원을 받는 곳도 있다"고 한탄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물가안정은 하나의 단체에서 행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 주류업계, 식당 모두가 함께 해야 그 의미가 있다. 소비자가 직접 가격 인하를 체감하게 된다면 소주 시장은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안이 필요하다.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해 세금을 낮춰 출고가를 인하한다고 하루아침에 물가안정이 된다거나 서민 지갑 사정이 나아질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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