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가장 사적인 관계를 위한 다정한 철학책

입력 2023-12-28 11:49:24 수정 2023-12-30 06:20:03

이충녕 지음 / 클레이하우스 펴냄

사랑. 클립아트코리아.
사랑. 클립아트코리아.

우리 주변에는 사랑에 관한 컨텐츠들이 '범람한다' 싶을 정도로 넘쳐난다. TV와 OTT에서는 '나는 솔로', '솔로 지옥' 등 '솔로'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역설적으로 사랑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리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많다. 이 밖에도 '하트시그널', '환승연애' 등 수 많은 연애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누리고, 출연한 지원자들도 '연반인(연예인+일반인)' 소리를 들을 정도로 화제를 몰고 온다. 유튜브에서도 사랑에 대해 조언하는 컨텐츠들이 수십, 수백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다. 각종 SNS에는 사랑에 관한 글귀들이 명언처럼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야말로 사랑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러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오늘날 2030 청년 세대의 3분의 2는 사랑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결혼에 대한 선호도와 출산에 대한 의지는 떨어진 지 오래며, 이제는 '사랑' 그 자체의 필요성과 의지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대체 이 간극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의 사랑이 왜, 언제부터 이렇게 어려운 것이 됐을까?

이 책의 저자인 철학자 이충녕은 '대중과 소통하는 젊은 철학자'를 표방하며, 구독자 10만명, 누적 조회수 1천만회가 넘는 유튜브 채널 '충코의 철학'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유튜브에서 동서양 철학자들의 지혜를 통해 삶의 다양한 문제를 탐구하고 있다. 앞서 '어떤 생각들은 나의 세계가 된다'와 '철학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등의 저서를 펴낸 바 있다.

현 시대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을까, 어떻게 하면 관계에서 '손해'를 보지 않을까. 이리저리 따지고 재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손목에 생긴 주름 하나에도 울컥하는 것이 사랑이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기술이나 정답이 아니다. 사랑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한 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현 세태를 '틀렸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가장 사적인 관계를 위한 다정한 철학책'은 이처럼 사랑의 다양한 면모를 철학적으로 살피고 이해하는 인문교양서다. 저자의 지극히 사적인 경험담은 물론 철학과 심리학, 문학과 예술 등의 내용도 나와 지적 탐구를 통해 사랑에 대해 알아본다.

책에서는 사랑을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사적인 관계이자, 굉장히 복잡한 현상이라고 표현한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정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고, 사랑의 본래 성격과도 맞지 않는다. 그러면서 사랑을 더 잘 이해하고 잘 해내기 위해서는 '사랑의 다양한 가능성을 들여다 봐야한다'고 소개한다. 다른 사랑을 부러워하거나, 비교하고, 혹은 손익을 따지는 대신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관계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사랑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을 하고 싶은 의지와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또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경험이 많다고 해서 사랑을 더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도 말한다. 그러면서 "사랑에서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깊이'다"고 강조한다. 그 깊이 있는 사랑을 통해 자신이 어떤 가치를 발견하고 성장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철학자 개인의 지혜에 더해 다른 철학자들의 말, 심리학과 철학 등 지식까지 같이 소개돼 신뢰감을 높인다. 지식과 지혜가 함께 어울릴 때, 그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고 믿는다.

"오직 가능하다고 여기는 사랑만이 실제로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당신은 어떤 사랑을 꿈꾸겠는가?" 책 291페이지 중. 292쪽, 1만7천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