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서 ‘임금피크제’ 줄소송…“도입 전면 재검토해야”

입력 2023-12-21 17:42:40 수정 2023-12-21 19:33:02

지난 2015년부터 정부가 공공기관에 권고…퇴직자 임금 반환 소송 잇따르며 '부작용'
지난 5월 대법원 "나이만으로 임금 삭감하는 건 법적 효력 없어"
시민단체 "조직 규모가 작은 곳은 합법적 임금피크제 어려워…제도 재검토해야"

경상북도환경연수원 전경.
경상북도환경연수원 전경.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던 경북도내 공공기관들이 줄줄이 소송에 휘말리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경상북도환경연수원(이하 환경연수원)은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을 돌려달라며 퇴직자 2명이 각각 제기한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환경연수원은 소송 비용과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임금 등 4천500만원을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재판이 열린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구미시법원과 대구지방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 전후 근무시간과 업무 내용, 강도, 업무량 등에 변동이 없고 감액된 재원이 신규채용 등 본래 목적에 사용됐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환경연수원이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임금피크제는 노동자가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점진적으로 삭감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2015년 정부가 고령 임직원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고용을 늘리고자 공공기관에 권고하면서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공공기관들이 줄줄이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에 직면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월엔 경북도개발공사 퇴직자 4명이 제기한 임금 반환 소송도 '화해권고' 결정으로 마무리돼 임금 2천만원을 돌려줬다.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공공기관들도 있다. 지난해 6월 한국국학진흥원 퇴직자 5명도 삭감된 임금 8천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재판 중이다. 다음 달 9일 1심 선고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은 이미 대법원 판례가 나온 상황이어서 패소가 잇따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퇴직 연구원이 제기한 소송에서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직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임금피크제의 도입 필요성과 타당성, 임금 삭감 정도의 적정성, 업무 강도 완화 등이 인정돼야 합법적인 임금피크제라는 게 요지다.

시민단체들은 줄소송이 예고된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조직 규모가 작은 기관은 임금피크제를 적용해도 업무량을 줄이기 어렵고, 그렇게 모은 재원으로 신규 채용을 할 수도 없다. 무리하게 일괄 도입하면서 불거진 문제"라며 "소송 대응으로 세금과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어 제도 자체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