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롯데건설 등 중견 건설사 우발채무 부담 증가
신세계건설, 코오롱글로벌, 동부건설, 한신공영 추가 모니터링 언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잔액과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우발채무에 따른 건설사 부실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구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신세계건설과 같은 회사들에게 높은 미분양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올해 9월 말 기준 134조3천억원이다. 2020년 말 92조5천억원 규모였던 부동산 PF는 저금리 기조와 개발 바람을 타고 매년 크게 늘었다. PF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사업비를 빌리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연체율이 올라간다는 점이다. 2020년 말 0.55% 수준이던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2.42%로 올랐다. 연체율은 6월 말 2.17%보다 0.24%p 상승했고 지난해 말 1.19%보다 1.23%p 올랐다.
치솟는 대출잔액과 연체율은 시공능력 16위의 중견 건설사도 위기설로 몰아넣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6일 발표한 2024년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는 3조4천800억원에 이른다. PF 우발채무란 부동산 시행사가 부도날 경우 PF 대출을 보증한 시공사가 떠안게 될 채무를 의미한다. 현시점에선 채무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채무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우발채무가 자기자본 대비 3.7배 수준으로 과중하다"며 "만기 구조는 비교적 분산되어 있으나 미착공 현장의 지방 소재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사업 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롯데건설 역시 9월 말 기준 시행사에 대한 PF 우발채무가 4조9천700억원에 달한다. 보고서는 "전체 PF 보증 사업장 중 미착공 현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점은 재무 위험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부실 우려가 있는 건설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 9월 발표한 'D(디폴트)의 공포 - 건설업은 정말 생사의 기로에 있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1개 건설사의 8월 말 기준 PF 우발채무 규모 22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 보다 약 29% 증가했다.
보고서는 신세계건설, 코오롱글로벌, 동부건설, 한신공영에 대한 추가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신세계건설의 경우 부동산 침체가 극심한 대구에 다수 사업장을 보유한 점에서 미분양 위험이 높다고 평가했다. 빌리브 헤리티지(수성구 수성동4가), 빌리브 루센트(북구 칠성동2가), 빌리브 라디체(달서구 본동) 등 신세계건설이 대구에서 신규 분양한 아파트 3곳의 평균 분양률은 20%대 불과하다.
코오롱글로벌의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는 6천121억원으로 보유 현금성 자산 2천377억원의 2.7배 수준이다. 동부건설과 한신공영 역시 경기가 침체된 대구와 인천 등에 토지 매입이 진행되고 있어 재부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짚었다.
PF 우발채무에 따른 건설사 부실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국기업평가는 같은 보고서에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PF 부실화에 이르렀던 업체들은 현금성 자산 대비 PF 우발채무가 약 25배였던 반면 올해는 등급군을 막론하고 1배 내외 수준"이라고 짚었다.
다만 금융기관이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로 돌아설 경우 건설사들의 자금경색이 심화될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의 태도 변화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2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업성이 미비한 사업장이나 재무적 영속성에 문제가 있는 건설사·금융사의 경우에는 시장원칙에 따라 적절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14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도 "건설업 등 취약 업종 부실화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한계기업에는 자기책임의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사업 진행 속도가 더디거나 만기 연장만 계속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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