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강력범죄 이어지는데…전문 기관은 인력난 ‘심각’

입력 2023-12-18 17:53:08 수정 2023-12-18 19:37:08

정신질환 유병자에 의한 강력범죄 건수 27% 증가
정부 관련 대책 쏟아냈지만 전문 기관은 이미 업무 과부하
"인력수급, 처우개선 등 체계적 변화 이끌어내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신 건강 혁신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신 건강 혁신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사회적 이목을 끈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가 이어지면서 국가 차원의 정신건강관리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관련 기관은 심각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개선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인력수급 및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살인과 성폭행 등 5대 강력범죄 피의자 중 정신질환자는 2018년 4천774명에서 지난해 6천52명으로 약 27% 늘어났다. 올해 많은 사상자를 냈던 서울 신림역, 서현역 묻지마 살인사건뿐만 아니라 대구에서도 지난달 27일 정신질환을 앓던 70대 시아버지가 40대 며느리를 살해하고 자수하는 사건도 있었다.

정부도 관련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이달 들어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정신건강정책 비전 선포대회에서 정부는 '예방부터 회복까지'를 새로운 비전으로 내놨다. 국민 100만명 심리상담 지원, 청년 정신건강검진 주기 단축, 상급종합병원의 폐쇄병동 집중관리료, 격리보호료 95% 인상 등의 내용이 담긴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도 이때 나왔다.

문제는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광역·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력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사례관리자 1인당 등록 정신질환자 수는 전국 평균 26.6명에 이른다. 지자체별로 대구는 22.4명, 경북은 19.8명으로 전국 평균보다는 낮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된 사례관리를 하기엔 버겁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곳에서 일하는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은 업무 특성상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고 업무도 많지만,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데다 별도의 심리 치료도 이뤄지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2년째 지역의 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지자체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약 20명의 직원들이 400명이 넘는 환자를 상대하고 있다. 센터에 직접 찾아와 상담을 받는 이들도 있지만 가정방문 등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내담자도 많다"며 "이에 더해 매일같이 늘어나는 각종 지원사업도 담당해야 하다 보니 진솔한 상담보다는 기계적으로 내담자를 대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퇴직자 수 역시 매년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광역·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근무한 지 3년 이내 퇴직자 수는 2018년 204명에서 2021년 495명으로 142% 급증했다.

대구에서도 지난해 40명 규모의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직원 중 11명이 퇴사하기도 했다. 현재 대구에는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1곳과 각 구·군별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9곳에서 약 2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윤창수 한국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 부회장도 성과 평가 도입 및 처우 개선, 역할 재정립 필요성을 짚었다. 윤 부회장은 "정신건강 상담의 경우 양적 확대를 논의하기보다 개별 상담의 질적 개선도 중요하다. 다만 아직까지 질적 성과를 평가할 만한 지표가 없다 보니 근속에 따른 임금 차이 역시 적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지역 정신복지센터가 맡은 일이 너무 방대하다. 각자의 역할과 임무를 재정립해 체계적인 변화가 이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