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도대체 그 돈은 다 어디서 나는 걸까?

입력 2023-12-20 14:02:37 수정 2023-12-20 16:06:29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요즘 심심치 않게 듣는 말 중에 '웃프다'가 있다. 웃다의 '웃'과 슬프다의 '프'를 조합해서 탄생한 말로 '웃기면서도 슬프다'라고 풀이할 수 있다. 통상 이 말은 어떤 현실이나 상황이 어이없고, 황당해서 웃기면서도(!) 한편 안타깝고, 슬프고, 괴로울 때 사용한다.

지난 12일 또 하나의 '웃픈' 뉴스가 떴다. 이날 대전시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청년들의 만남에서부터 결혼, 정착, 출산까지의 지원 사업으로 1조567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일정한 조건을 갖춘 부부에게 각각 250만원씩, 한 가구당 최대 500만원의 장려금 지급,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청년주택 2만 호 공급, 행복주택 임대료 감면 사업, 전세자금 및 주택 구입 대출이자 지원 사업, 부모·아동·양육수당 등 월 40만원에서 110만원 지급, 아이를 낳았을 때 지원하는 '첫 만남 이용권'은 첫째 아이 200만원, 둘째 이상부터는 300만원을 지급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급기야 MZ세대에 맞는 주택 부지를 선정하고, 청년 신혼부부 대상의 우선 분양을 30%까지 상향하고, 민간사업 청년주택 의무 공급을 3%까지 확대할 계획이란다. 도대체 'MZ세대에 맞는 주택'이라는 게 무엇인가? 대전시는 이를 알고 있기는 한가?

특히, 기가 막히는 것은 미혼 청춘 남녀에게 건전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관 정립을 위한 만남 행사를 추진한다고 한다. 젊은이들의 건전한 만남을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한다니! 아니,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이제 만남도 정부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부모도 못 하는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관 정립을 대전시가 무슨 수로 한다는 것인가? 정말이지 이제는 정부가 하다 하다 별짓을 다 한다는 생각이다. 다소 의아한 것은 대전시가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이유가 수상하다는 것이다. 출생률을 높여 지방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것인데, 누구나 알고 있듯이 대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도시들 가운데 하나다.

특히 지난해 전국에서 합계출산율이 증가한 몇 안 되는 도시이고, 상대적으로 청년인구에 대한 걱정도 제일 안 해도 될 만한 곳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청년층 인구 비율이 서울 다음으로 전국 2위인 대전이 이같이 '젊은이'를 꼭 집어서 퍼주기식 사업을 추진하는 걸 보면 사람들은 선거가 얼마 남지 않긴 한가 보다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지자체마다 각각 이름이 조금씩 다르고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이 같은 표를 구하는 퍼주기식 사업을 일일이 나열하려면 입이 아플 정도다.

'정부 실패'라는 말이 있다. 공공선택학자들은 시장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교정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은 막연한 '미신'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현실은 시장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의 간섭이 문제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가 실패하는 원인들 가운데 하나는 '수입과 지출의 불일치' 때문이다. 즉, 어떤 누군가에게 세금을 부과해서 거둔 수입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계와 기업은 벌어들이는 수입의 원천과 사용되는 지출의 대상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지 않다. 통상 정부 수입은 각종 사업이나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경비와 관련 없는 일반 국민들로부터 강제로 거두어들인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결국 대전시가 이렇게 한심한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이유는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와 수입을 얻게 되는 대상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전시는 "2030년까지 혼인 건수와 청년인구 비율 10% 증가, 합계출산율 1명을 목표로 청년 신혼부부가 행복하고 아이들의 웃음이 가득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하니 대전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모든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야심 차게 발표했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정부가 장밋빛 허황된 목표를 세우면 시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은 밑 빠진 독의 물처럼 새어 나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틀림없이 그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을 것이다. 근래에 저출산 함정, 인구절벽 등의 온갖 위협적인 말이 매체를 도배하고 있다.

이때다 싶어 지자체마다 너 나 할 것 없이 각종 '출산장려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돈 살포'를 하고 있다. 제발 남의 돈으로 당신들의 천국을 만들려 하지 말아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