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임윤찬 식지 않는 인기…뮤지컬 '레베카' 100만 관객 돌파
2023년 클래식 음악계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 등 스타 연주자들의 인기와 더불어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가 줄줄이 내한하면서 유례없는 호황기를 보냈다.
뮤지컬, 연극, 무용 등 극장가는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등 대작들이 높은 객석 점유율을 자랑하며 코로나19 여파를 완전히 벗어난 듯 성황을 이뤘다.
반면 소극장 학전이 폐관을 결정하는 등 대학로를 지탱해온 소극장들은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문을 닫는 사례가 잇따랐다.
◆베를린필·빈필·RCO 등 유럽 명문악단 줄줄이 내한
올해 하반기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등 세계 최정상 악단이 한국을 찾는 성찬이 차려졌다.
10∼11월 두 달 사이에 내한 공연한 유럽 오케스트라만 10개에 달하는 등 서울 공연장을 '유럽 축소판'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홍콩 필하모닉도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협연하며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통상 매머드급 해외 오케스트라는 5∼6년 주기로 한 번씩 내한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취소되거나 연기됐던 일정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비슷한 시기에 줄줄이 한국을 찾게 됐다.
오케스트라 체급에 걸맞은 거장 지휘자와 스타 연주자들도 무대에 올랐다.
'27세 스타 지휘자'로 높은 관심을 받는 클라우스 메켈레는 오슬로 필하모닉을 이끌고 내한했고, 체코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는 체코를 대표하는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곡만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한국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정명훈은 뮌헨 필하모닉 내한 공연 무대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또 지휘자 투간 소키예프가 빈 필하모닉, 키릴 페트렌코가 베를린 필하모닉, 파비오 루이지가 RCO, 파보 예르비가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에드워드 가드너가 런던 필하모닉을 이끌었다.
협연자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 손열음, 랑랑, 예핌 브론프먼, 후지타 마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클라라 주미 강, 자닌 얀선 등 스타 연주자들이 총출동했다.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 외에도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리사이틀도 줄줄이 열렸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네프,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로 불리는 헝가리 출신 안드라스 시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중국계 미국인 첼리스트 요요마, '21세기 건반 여제'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유자왕 등이 한국을 찾았다.
◆'클래식 아이돌' 조성진·임윤찬…해외에서도 신드롬
클래식 음악계가 호황을 맞은 데에는 스타 연주자들의 인기도 한몫했다. 특히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의 두각이 눈에 띄었다.
두 사람은 가요계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공연 티켓도 두 사람 이름이 협연자로 뜨면 티켓 예매 사이트가 다운될 정도로 '피켓팅'(피 튀기는 전쟁 같은 티켓팅)이 벌어졌다.
먼저 조성진은 2년 만의 새 앨범인 '헨델 프로젝트'를 2월 발매하며 팬들의 반가움을 샀다. 이 앨범은 미국 빌보드 클래식 주간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조성진의 저력을 보여줬다. 조성진은 7월 서울, 대전, 부천, 울산에서 연 독주회도 모두 매진시켰다.
조성진은 해외 오케스트라들의 내한 공연에 단골 협연자로 이름을 올렸다. 3월에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11월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도 내한 공연을 함께했다.
조성진은 내년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상주 음악가로 선정돼 더 활발한 활동을 할 예정이다.
지난해 밴 클라이번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역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이어갔다. 그가 밴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1천만회를 넘겼다.
임윤찬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는 임윤찬의 지난 5월 뉴욕 필하모닉 데뷔 무대에 대해 "꿈 같은 연주"라고 극찬했다. 최근에는 클래식 명문 레이블 데카(Decca)와 리코딩 전속 계약을 체결하며 세계적인 연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임윤찬은 내년 봄 데카에서 공식 데뷔 앨범을 내며, 6월 리사이틀을 예정하고 있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간다.
◆잘 나가는 대형 뮤지컬…대학로 소극장 상징 학전은 폐관
극장가는 대작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면서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로 위축됐던 분위기가 완전히 되살아났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모차르트!', '레미제라블' 등이 안정적으로 새 시즌을 이어갔다. 관객 점유율도 매진에 가까운 성적을 보였다.
2013년 초연한 이후 꾸준히 인기를 이어온 뮤지컬 '레베카'는 올해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 '밀리언 셀러' 작품으로 등극했다. 국내 뮤지컬 가운데 100만 관객을 모은 작품은 '명성황후', '캣츠', '시카고' 등 총 10개로 늘었다.
다만 대형 작품에 관객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대학로 소형 극장가는 어려움을 겪었다.
대학로 소극장의 심장인 '학전'은 33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내년 3월 문을 닫기로 결정하며 공연계에 충격을 안겼다.
코로나19 유행 한참 전부터 지속적인 재정난에 시달려온 데다, 김민기 대표가 최근 위암 진단을 받으면서 더는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학전은 가요계에도 연극계에도 상징적인 곳이다. 1990년대에는 대중가요를 휩쓴 아이돌 그룹에 밀린 통기타를 든 가수들이 학전에서 공연하며 라이브 콘서트 문화를 이끌었고, 1994년 초연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4천회 공연을 돌파하는 등 소극장 공연의 새역사를 썼다.
학전에서 배출한 배우, 음악인도 상당하다. '학전 독수리 5형제'로 통하는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를 비롯해 재즈 가수 나윤선, 밴드 YB의 윤도현 등이 대표적인 학전 출신이다.
학전을 발판으로 삼아 성장해 온 가수, 배우들은 내년 2월 28일부터 폐관 전날인 3월 14일까지 학전과 작별 인사를 하는 '학전 어게인' 릴레이 공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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