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QR코드 방식 ATM 입출금 가능 지점 찾아갔더니 "그게 뭔가요?"

입력 2023-12-06 16:03:35 수정 2023-12-06 19:41:29

은행권, 6일 QR코드 방식 ATM 입출금 서비스 개시
대구·국민·신한·우리·제일·하나·농협은행 등 17곳 도입
기능 장착 ATM 지난달 말 4만9천대 "순차적으로 설치"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 금융결제원과 17개 은행이 6일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 금융결제원과 17개 은행이 6일 'QR코드 방식의 ATM 입출금 서비스'를 개시했다. 사진은 대구 중구 한 은행 지점 ATM에 '모바일 현금카드' 스티커가 부착된 모습. 정은빈 기자

"QR코드로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에서 돈을 뽑는다고요? 그게 무슨 말인가요?"

'QR코드 방식 ATM 입출금 서비스'가 시작된 6일 은행 ATM 화면에서 QR코드를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기자는 오전 11쯤 대구 중구에 있는 한 은행 지점을 찾아갔다.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모바일 현금카드' 앱에 QR코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고 표시된 지점이었다.

앱으로 이용 등록을 한 뒤 안내에 따라 ATM 화면에서 '모바일 현금카드' 메뉴를 선택했더니 '휴대전화 또는 카드를 읽기 장치에 올려라'는 문구가 떴다. 지점 출입구 앞에 대기 중이던 직원에게 QR코드에 관해 묻자 되려 "그게 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다른 지점 ATM도 상태는 같았다. 역시나 QR코드 서비스를 갖췄다고 표시된 곳이었다. 기자는 끝내 QR코드가 아닌 NFC(근거리 무선통신) 기능으로 현금을 인출하는 데만 성공했다.

한 은행 창구 직원은 "QR코드 서비스는 오늘부터 시행이라 기계마다 이용이 가능한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기능을 순차적으로 장착하고 있으며, 추후에는 다 설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QR코드 방식 ATM 입출금 서비스를 시작한 첫날 현장에서는 작은 혼란이 일었다. QR코드 서비스가 적용되지 않은 지점도 앱에는 가능한 곳으로 표시되고, 지점 직원들은 도입 여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 금융결제원과 17개 은행은 이날 QR코드 방식의 ATM 입출금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는 스마트폰에 모바일 현금카드 앱을 설치하면 실물 카드 없이도 ATM에서 현금을 입출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모바일 현금카드 서비스는 은행권 공동 사업으로 2020년 6월 먼저 시행했다. 기존에는 NFC 인식이 가능한 ATM에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으로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했는데, 이제 기종 제한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QR코드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서비스를 적용한 곳은 대구은행과 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 국민·신한·우리·제일·하나은행, 농협·수협·기업·산업은행, 농협·수협중앙회 등 17개 금융기관이다. QR코드 방식 입출금 기능을 장착한 ATM은 지난달 말 기준 4만9천 대로 파악됐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카드가 없을 때도 현금을 찾을 수 있으니 편리하다는 의견과 함께 모바일 기기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은은 우선 현금 이용 편의성이 높아질 거라 보고, 모바일뱅킹 앱과 결제플랫폼 앱, 서민금융기관·자동화기기 사업자(CD·VAN) ATM으로 서비스를 확대 도입할 방침이다.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 금융결제원과 17개 은행이 6일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 금융결제원과 17개 은행이 6일 'QR코드 방식의 ATM 입출금 서비스'를 개시했다. 사진은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모바일 현금카드' 앱 화면. 정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