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후 교통사고로 위장…육군 원사 징역 '35년' 선고

입력 2023-12-06 08:22:57 수정 2023-12-06 09:10:42

아내 사망보험금 타내려다 미수에 그치기도…"엄중한 책임 물어야"

지난 3월 사고 당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119구조대원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지난 3월 사고 당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119구조대원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아내를 살해한 후 교통사고로 위장해 사망보험금을 타 내려 한 40대 육군 원사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5일 제3지역군사법원 제2부는 살인과 사체손괴, 보험사기특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7) 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보다 5년 더 많은 형량이다.

재판부는 A씨가 아내를 살해했다고 볼 만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A씨는 아내가 목을 졸려 의식을 잃자 숨졌다고 착각하고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를 숨지게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만한 징후나 뚜렷한 동기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 목 부위에 끈 자국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던 점, 의식을 잃은 배우자를 발견하고 신고하거나 응급처치하지 않고 오히려 범행 현장을 치우고 청소하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 등을 고려했을 때 목을 조른 적 없다는 피고인 측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변명과 객관적 정황에 모순되는 진술로 일관하는 등 범행에 대한 참회나 반성 등의 감정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범행의 중대성, 태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을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여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8일 오전 4시52분쯤 강원 동해시 구호동 한 도로에서 숨진 아내 B(41) 씨를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 옹벽을 들이받는 등 교통 사망사고로 위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아내를 여행용 가방 안에 넣어 지하 주차장으로 옮긴 후 차량 조수석에 엎어놓은 형태로 B씨를 싣고 안전벨트도 채우지 않았었다.

공소장에는 A씨가 B씨의 사망보험금 명목으로 4억7천여만원을 받아내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포함됐다. A씨는 당시 은행 빚 약 8천만원을 비롯해 저축은행과 카드사로부터 총 2억9천여만원에 이르는 빚을 지고 있었고 제때 갚지 못하면서 여러 차례 단기 대출도 받은 상태였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위장 사고를 냈다는 기존의 공소사실에 더해 택일적 공소사실로 'A씨가 B씨의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 한 후 B씨가 사망했다고 착각, 범행을 은폐하려고 교통사고를 내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를 더했다.

'택일적 공소사실'이란 공소장에 여러 개의 범죄사실 또는 적용법조에 대해 어느 것을 유죄로 인정해도 좋다는 취지로 기재하는 것을 일컫는다.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인 빈센트 법률사무소 남언호 변호사는 1심 선고가 끝난 후 "천인공노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해 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피고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납득할 수 없는 진술로 변명했으나 재판부에서 적절히 잘 판단해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