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이찬원 콘서트 예매부터
굿즈 구입과 콘서트장 픽업까지
굿즈 가득한 카페 모시고 가기도
“활짝 웃는 엄마 보니 기뻐요”
"예쁜 딸아~ 임영웅 하반기 전국투어 돌입. 전국에 아들 딸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하네~^^"
"멋진 아들! 내일 1시 이찬원 티켓팅이다~ 친구한테도 부탁 함 해봐~ 엄마 꼭 가고싶네~^^"
효도가 뭐 따로 있나. 부모님이 좋아하는 거 해드리는 게 효도 아니겠나. 임영웅, 이찬원 팬을 엄마로 뒀다? 그렇다면 받아적을 준비하고 들어라! MZ들의 건행(건강하고 행복하세요)~한 신개념 효도법. 지금부터 시작한다. 울 엄마 아빠 오내언사(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사랑해)~
◆콘서트 티켓팅, 피 튀기며 '피켓팅'
집에 있는 전자기기가 총동원되는 것은 물론. 사양 좋은 컴퓨터를 찾아 PC방까지 헤맨다. 하지만 예매처에 접속하는 순간 실시간으로 없어지는 좌석. MZ들은 부모님의 '덕질'에 목을 매고 있다. 김모 씨는 사실 실패를 여럿 맛봤다. "자식에게 평생 부탁 한 번 해본 적 없는 엄마가 티켓팅을 부탁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 10장이면 돼? 엄마에게 큰소리까지 뻥뻥 쳤다. 하지만 접속하자마자 그야말로 광탈! 10만명 동시 접속에 김 씨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티켓팅 성공 팁이 떠돈다. ▷PC로는 정시 접속. 휴대폰은 10초 후 접속. 시간차를 두고 공략하라 ▷타이핑을 칠 준비를 잘하자. 오토가 아닌지 판별하기 위해 코드입력 하도록 돼 있는데 영어이니 무조건 젊은이 대동.
칠전팔기 끝에 성공한 티켓팅으로 김 씨는 평생 받지 못한 극진한 대접을 받는 중이다. 성공했다는 연락에 엄마의 격한 환호가 시작됐다. 대학에 합격했을 때, 취업했을 때도 이렇게 좋아하신 적이 없었다.
티켓팅이 끝났다고 자식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남은 건 콘서트 준비. 콘서트 예매가 끝나고 여러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온다. "콘서트 가시나요? 엄마 옷 사드려야 하는 거죠." 임영웅 티, 응원봉 없으면 콘서트장에서 소외된다는 댓글에 딸은 쇼핑에 나선다. god 이후 처음으로 팬카페에 손수 가입까지 했다. (god랑 임영웅 둘 다 하늘색이 응원 색깔인건 안 비밀!^^) 그리고 정보 캐기 시작. 24시간 집에 울려 퍼지는 임영웅 노래를 들어주는 것도 딸의 역할. "평소에도 매일 들으시지만 콘서트가 다가오면 더 심하게 들으신다. 이제는 나도 가사를 다 외울 지경…" 자식들의 아우성도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대망의 콘서트 당일. 늦지 않게 엄마를 데려다 주는 것도 자식의 도리다. 콘서트장에 가까워 갈수록 차량 정체에 답답하다. 하지만 기대에 부푼 엄마 얼굴을 보니 괜히 뿌듯. 콘서트장에서 만난 랜선 팬클럽 회원들과 인사도 나눈다. "아유~ 우리 딸이 티켓팅 해줘서 여기 왔지~" 엄마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진다. 콘서트 끝날 시간에 맞춰서 모시러 가는 것이 마지막 관문. 콘서트장 입구에는 전국의 아들 딸들 총집합했다. '야... 너두?' 서로 눈이 마주치면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면 된다. 박모 씨는 "아직 저희 엄마는 저~ 안에 있어요. 앵콜 무대까지 다 보고 나올 모양입니다 허허" 웃었다.
'티켓팅 실패가 불효'인 요즘, 티켓 예매 품앗이도 한다. 하모 씨는 친구들끼리 '이번 임영웅 때 티켓팅 도와달라. 담번 너네 어머니 나훈아 때 도와줄게'라며 일종의 티켓 거래를 나눈다. 예매 노하우도 생겼다. 두명이서 동시에 티케팅 할 경우, 한사람은 VIP를 노리고 한사람은 상대적으로 싼자리를 노린다.
◆에메멤도 효자효녀! "카페 모셔다 드립니다~"
콘서트 티켓팅에 실패했다면 몸으로 때우면 된다! 손 느린 자식들 주목! 네이버 검색창에 '임영웅 카페', '이찬원 카페'를 쳐보라. 거리는 상관 없다. 차를 준비하고 옆좌석에는 부모님을 앉히자. 그리고 부릉부릉! 시동만 걸면 된다.
지난 1일 MMM팀(이하 MMM)은 임영웅 카페로 불리는 '카페 위시'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카페에는 임영웅 팬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위시카페 대표 배정희 씨도 임영웅 팬이다. 팬클럽 '영웅시대'이자 '대구영웅사랑봉사회'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코로나 때 영업을 못하고 한창 힘들 때 위로차 카페의 작은 공간에 임영웅 굿즈들로 꾸며놨었다"며 "그러다 데뷔 4주년에 굿즈 나눔행사를 위한 공간을 무료 대관해준 뒤 입소문이 나서 점차 많은 분들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임영웅 생일 때는 하루 최대 700명까지 찾을 때도 있고, 전국은 물론 LA에서도 몰려온단다.
자,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나머지 손가락을 굽혀 ㄱ(기역)자를 만들어 보자. 그리고 크게 외치면 된다. "건행(건강하고 행복하세요)~" MMM이 기역을 만들고 굿즈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찰나, 젊은 여성 한 명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온다. 다름 아닌 배 대표의 딸 김근아 씨. 근아 씨에게서는 효녀의 기운이 풀풀 풍긴다. "처음에는 차라리 내 아들, 그러니까 손자 사진이나 들고 다니지 하며 타박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소녀 같은 엄마의 모습을 보며 참 기뻤고,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카페에서 만난 '감성향기'(닉네임) 씨도 임영웅을 통해 새 삶을 살고 있다.
"내가 공황장애였어요. 그런데 엄마를 따라 갔던 임영웅 콘서트장에서 '입덕'한 뒤 팬클럽 사람들이랑 소통하면서 이제 병이 다 나았어요. 임영웅의 힘이죠. 콘서트 자리가 하나 뿐이라면, 엄마한테 미안하지만 내가 가고 싶을 정도예요.(웃음)"
다음 행선지는 찬스 카페. 이찬원 팬이라면 꼭 다녀와야 할 성지 중의 성지다. 찬스 카페는 이찬원 부모님이 직접 운영하신다. 그렇기에 MMM은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가족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는 법! 조용히 사진만 찍고 나가려던 와중, 에메멤 멤버 한 명이 영상통화를 한다. 영상 통화의 주인공은 바로 MMM 멤버의 엄마이자 aka '백 여사님'. 백 여사님의 방에는 이찬원 굿즈존도 따로 있단다. "다른건 다 있고~ 마스크나 좀 넉넉히 사다줘~ 고마워 딸~~~"
백 여사님은 "찬스 카페는 이찬원에 관련된 사진, 그림도 많고 굿즈도 많아서 응원하는 사람의 공간이라는 것에 우선 설렜다. 근처에 앉은 팬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실 하나만으로 예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며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다시 젊어지는 기분이라 좋다"고 말했다.
천안에서 왔다는 모녀도 만났다. 이들은 "너무 멀어서 자주는 못 와도 분기별로는 꼭 온다"며 "찬원이 부모님이 오시는 팬분들의 이야기도 다 들어주시고 기억해주시고, 정말 많은 분들이 오시는데도 늘 변함없더라. 직접 이찬원을 가까이 만나기는 어렵지만 부모님을 통해서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임영웅, 이찬원도 MZ! MZ 연예인은 팬 사랑도 남달라
가수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는 요즘 K팝 아이돌 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다. 최근 열었던 콘서트 퀄리티가 상당했기 때문.
우선 공연장 맞은편엔 '히어로 스테이션'이 마련됐다. 이곳은 공연 전엔 영웅시대의 사랑방이, 공연 중엔 부모를 마중 나온 자녀들의 대기실이 된다. 난로와 푹신한 쇼파도 있다. 관객을 놀라게 한 건 이 쉼터만이 아니다. 추위에 길게 줄을 서는 일이 없도록 간이 화장실을 충분히 설치하고 곳곳에 포토존도 마련했다. 온라인 예매가 어려운 어르신들을 배려해 전화 예매도 도입했다. 콘서트 전 좌석엔 오래 앉아있어도 엉덩이가 아프지 않을 푹신한 쿠션이 설치됐다.
그런가하면 부모님 세대인 팬들을 향한 임영웅의 '건강 챙기기'는 이미 유명하다. 유모 씨는 "평생 안 받던 건강검진, 우리 영웅이가 받으라고 하니 바로 받았다"고 말했다.
내 스타를 위해서라면 기부도 불사한다. 실제 임영웅과 이찬원의 팬클럽이 기부 릴레이를 펼치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이찬원 팬 김모 씨는 "찬원이 이름으로 해야 하는 기부가 있으면 당연히 참여한다. 예전엔 돈이 많아야, 어렵게 마음을 먹어야 기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참여하니 기쁘다. 이찬원 가수 스스로가 기부에 앞장서니 그런 선한 영향력이 팬들한테도 끼치는 것 같다. 앞으로의 덕질(?)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MZ들의 신개념 효도법, 다들 잘 보았는가. 나름 효자라고 자부했던 MMM도 조금 부끄러워지는 하루였다. MZ들아~ 부모님께 잘하자~! 아, 부모님께도 귀띔해드립니다. 이 기사 읽고 자녀 들들 볶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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