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RPC에 쌀 재고 넘쳐나…민간 매입 줄어들고 정부 시장격리도 없는 탓
쌀값 하락 이어지며 농협 재고 부담 ↑, "'수요 3% 초과생산 시 시장격리' 요건 완화해야"
고물가 시대에 쌀값만 역주행하고 있다. 정부가 반드시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수확기 쌀값 20만원(80kg 1가마)도 무너졌다.
쌀값 급락과 소비 감소가 맞물리면서 벼를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농협의 재고 보관 및 비용 보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전국 농협과 농업계에서는 정부가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호소가 나온다.
26일 경북농협에 따르면 이달 들어 경북농협 산하 미곡종합처리장(RPC) 곳곳에서 재고가 넘쳐나는 실정이다.
최근 수확기 벼 매입을 마친 각 RPC 내 저장고에 벼가 잔뜩 들어찼다. 일부에선 저장고에 넣지 못한 벼가 마당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처럼 보관하는 벼가 급증하면서 쌀 품질이 떨어져 소비자 불만이 커지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전국 농협이 올 수확기 매입한 벼는 지난 8일 기준 143만 톤(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8만6천t) 증가했다. 올해 쌀 생산량이 370만2천t으로 지난해보다 1.6%(6만2천t) 줄었는데도 매입량은 크게 늘었다.
이는 쌀값 하락이 지속될 것을 우려한 민간 RPC가 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데다, 지난해 45만t에 달했던 정부의 쌀 시장 격리도 올해는 전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요 대비 과잉 생산된 쌀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고 있다. 신곡 수요량의 3% 이상 초과 생산분을 선제 매입해 농민 손실을 보전하고 시장 쌀값을 잡는다.
올해 생산량은 370만t으로, 정부가 분석한 신곡 수요량(361만t)의 3% 이상 초과 생산분(371만8천300t)에 미달해 시장 격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재난 등 비상시에 쓰고자 사들이는 공공 비축미 매입량도 지난해보다 5만t이나 줄었다. 이에 갈 곳 잃은 벼가 농협에 몰려드는 모양새다.
농협의 재고 부담은 커지고 있다. 산지 평균 쌀값은 지난달 21만원선에서 이달 5일 20만1천384원으로 떨어고, 15일에는 19만9천280원까지 급락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정부가 쌀 초과 생산분을 의무 매입한다는 등 내용)을 거부하며 약속한 "쌀값 20만원선 사수"가 공염불이 됐다.
쌀 소비가 줄면서 농협의 쌀 판매량도 지난달 기준 134만3천t으로 전년 동기보다 8% 줄었다. 비싸게 산 쌀을 싸고 적게 공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
농협과 농업계는 현행 시장격리 제도의 쌀값 안정화 기능이 미약해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요의 3% 초과분이 아닌 수요 초과분 전체를 시장 격리하는 등 공격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2021년산 쌀의 수확기 초과 생산량을 27만t으로 추산, 시장 격리 요건에 미달한다고 봤으나, 실제로는 초과 생산량이 넘쳐 이듬해 뒤늦게 37만t을 시장 격리했다.
이광운 경주시 농협 쌀조합 공동사업법인 대표이사는 "농산물 물가를 잡기 위해선 정책적 사전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가 초과분 전체를 시장 격리하기만 해도 쌀값이 즉시 반등할 것이다. 정부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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