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터뷰] 청도 온누리대학 98세 최고령 학습자 "배울 기회 있으면 몇번이고 참여 할 겁니다"

입력 2023-11-26 13:19:21 수정 2024-03-31 16:09:30

70대 할머니들과 목요일마다 등교
신체 발달 수업·평생학습 강의 진행
매번 똑같은 하루 속 삶의 새 활력소
"배워가는 기쁨 커…자주 불러달라"

청도온누리대학 최고령 학습자 이이갑(98) 할머니가 펜을 잡고 배움의 뜻을 전하고 있다.
청도온누리대학 최고령 학습자 이이갑(98) 할머니가 펜을 잡고 배움의 뜻을 전하고 있다.

대구한의대 미래라이프융합대학이 위탁 운영하고 청도군이 주관하는 제 11기 청도온누리대학이 개강했다. 그리고 유난히 눈에 띄는 입학생이 있으니, 바로 최고령 학습자 98세(1925년생) 이이갑 할머니다. 이 할머니는 경로당에서도 제일 맏언니다. "나이 많은 게 뭐 자랑이라고. 여기까지 인터뷰하러 온답니까. 참 부끄럽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활력은 누구보다 넘친다. 이 할머니의 열정은 함께 학교를 다니는 동기들이 증명한다. 김태옥(70) 할머니와 김복연(70) 할머니가 그 주인공. "저희 둘도 벌써 나이가 70살인데 이이갑 할머니 열정은 절대 못 따라가요. 학교 가는 날만 되면 앞장서서 저희를 진두지휘 한답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학교 다니고 싶네요."

온누리대학 수업은 매주 목요일 2시부터 5시까지다. 온누리대학은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생활을 위한 인문학, 예술, 근력운동 등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과 인근 지역의 현장체험학습으로 지역 어르신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활동 프로그램이 많다는 것을 온누리 대학의 큰 장점으로 뽑았다. "학교에서 요가도 하고 만들기도 하면서 몸이나 손을 많이 움직이니까 이것만큼 좋은 게 없어요.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니 이대로만 따라 해보자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매번 다른 강사 선생님들이 오셔서 참 잘 가르쳐 주세요"

다음 주에는 대구로 현장 체험 학습을 간다. 몇 주 전에는 합천 청와대 세트장를 다녀왔다. 당시를 기억해내는 이 할머니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참 재밌었어요. 새로운 걸 경험하는 게 이 나이 먹어도 좋더라고요. 비슷한 나이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즐겁고요. 매번 경로당만 오다가 학교가는 목요일이 되면 기분이 좋아요. 한시간 걸리는 등굣길도 재밌고,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행복하고… 늙으니까 매일매일이 거기서 거기잖아요. 그 가운데 학교를 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모릅니다"

이 할머니는 부산에서 오래 살았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살다 보니 정신없이 세월이 지나갔다. 그리고 자식들을 떠나 대구로 독립한 지는 14년 째. "평생을 부산에서 살다보니 대구에 연고가 없어요. 그래서 대구에 와서 혼자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참 우울하더라고요." 부산에서 이 할머니는 참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부녀회 20년, 녹색어머니회 19년, 동네 반장도 수시로 맡았다. "돌아다니는 걸 워낙 좋아해서 이것저것 많이 했어요. 그러다 대구에 오니 별로 할게 없더라고요"

그런 이 할머니에게 청도 온누리학교는 삶의 새 활력소다. 갈 곳이 있고, 나를 찾아주는 곳이 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낀다. 자식들 또한 이 할머니의 학교 생활을 적극 지지한다고. "아이고, 내가 학교에 다니는 걸 우리 얘들이 제일 좋아하죠. 엄마 매일 심심했는데 친구도 만나고 재밌는 것도 배워온다고… 학교 다니는 덕분에 애들이랑 통화할 때 할 이야기도 많아졌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기자의 손을 이 할머니가 꼭 잡는다. "아이고~ 젊고 예쁘다. 나도 이럴 때가 있었는데" 그리고 이 할머니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늙은이들이 할수 있는 것들을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이런 기회가 있으면 저는 몇 번이고 더 참여 할 겁니다. 그때 그럼 우리 기자님이랑 또 인터뷰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