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미국 소비자물가 안정세…금융시장 환호, '고금리 시대 끝나' 성급한 기대 폭발?
◆투자은행 상당수 금리인상 이제 끝 인정…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정도 두고 갑론을박
◆우리나라 고물가 고금리 당분간 계속될 듯…취약계층 위한 사회복지 차원 접근 필요!
◆10월 미국 소비자물가 안정세…금융시장 환호, '고금리 시대 끝나' 성급한 기대 폭발?
미국 노동통계국은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다고 발표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환호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고금리 시대가 "이제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 때문이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3.2%는 전월 상승률 3.7%보다 낮은 것은 물론이고,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3.3%도 밑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0%를 기록했지만 추세는 확실히 꺽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수퍼 코어(super core· 초근원)' 물가이다. '슈퍼 코어'는 서비스 물가 중에서 에너지뿐만 아니라 주거비까지 제외한 물가를 가리킨다. 서비스 비용의 경우 통상 인건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탓에 고용시장이 식지 않으면 인건비가 높게 유지되어 '수퍼 코어' 물가는 고공행진을 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정말 잡혔는 지를 진짜 확인하기 위해서는 고용 상황이 반영된 초근원 물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판단이다.
그래서 그동안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초근원 물가를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그런데 지난 10월 초근원 물가는 1년 전보다 3.7%, 한 달 전보다는 0.2% 오르는 데 그쳤다.
게다가 주거비까지 하락하면서 '고금리 시대 종말'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더 커졌다. 지난달 미국 주거비는 전년 동월 대비 6.7% 상승하면서 2022년 10월 6.9% 이후 1년 만에 처음으로 6%대로 하락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할 때 불과 0.3% 상승에 그쳤다. 주거비 하락의 영향으로 10월 전체 서비스 물가 역시 9월 대비 5.7%→5.5%로 상승세가 둔화 됐다.
주거비를 포함한 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약화하면서, 내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목표한 2%대 물가 상승률 진입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긴축 정책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면서 고금리 시대도 이제 곧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 섞인 반응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14일(현지 시각) 달러 가치는 1.5% 급락했고, 달러 대비 나머지 통화의 가치는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과 한국 등 세계 증시도 크게 올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0월 물가 보고서는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소식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것으로 전망을 수정한다"고 했다.
◆투자은행 상당수 금리인상 이제 끝 인정…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정도 두고 갑론을박
그런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정도를 두고 월가에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와 "2%대 물가 안정 목표 달성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일부 주장도 여전히 강력하다.
투자은행(IB) UBS는 미 연방준비제도가 빠르면 내년 3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최근에 내놓았다. 내년 말까지 현재 연 5.25~5.5%인 기준금리를 2.75%포인트 정도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초쯤에는 기준금리가 연 1.25% 수준으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UBS의 근거는 미국 경제가내년 2분기부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건스탠리 역시 연방준비제도가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그 시기는 내년 6월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 경제분석팀은 2024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이후 내년 9월에 한차례 더 금리를 내리고, 내년 4분기부터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마다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될 경우 2025년 말 금리 중앙값은 2.375% 수준이다.
모건스탠리는 UBS가 예상하는 것처럼 '경기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의 성장세가 상당히 약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에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경우 높은 금리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 금리가 조금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골드만삭스는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4분기에 가서야 처음으로 0.25%포인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2026년 중반까지 분기당 1차례씩 금리 인하를 단행해 1.7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는 연 3.5~3.75% 포인트 수준으로 하락한다.
이처럼 금리인하 시기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다는 데에는 대다수 IB(투자은행)들이 동의하고 있다. 지난 6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현지 12개 IB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10곳이 금리인상 중단을 전망했다.
◆우리나라 고물가 고금리 당분간 계속될 듯…취약계층 위한 사회복지 차원 접근 필요!
신용정보원 대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9월 말 기준 대부업을 포함한 전 업권 가계대출 총액은 1848조2661억원으로 6월 말 1842조443억원보다 6조2218억원 늘어났다.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확산하자, 금융위원회는 '최근 가계부채 관련 주요 이슈 Q&A'를 통해,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2분까지 가계대출 총량이 감소했고, 가계부채 증가율은 0%'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언론들에 따르면 금융권 가계대출은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연속 증가하고 있고, 가계부채 총량도 3분기 다시 반등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3분기(7~9월)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등에서 받은 좁은 의미의 가계대출에 신용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합친 것을 말한다.
더 큰 문제는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가계 빚을 갚지 못하는 연체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대출을 끌어다 쓴 다중채무자는 9월 말 기준 역대 최대인 453만6499명으로 1년 전 450만5064명보다 3만 명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5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사람들은 약 5만 명 늘어나면서 더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들 중 30% 이상이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20, 30대 청년층으로 나타나고 있다.
8월 말 기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포함한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2.9%로 나타났다. 1년 만에 0.9%포인트 상승해 2015년 8월 3.1% 이후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고금리가 장기화 하면서 소액 카드 대출조차 제대로 갚지 못하는 서민들이 급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전기요금, 휘발유, 농산물 위주로 물가가 뛰면서 연말까지 3% 후반대의 고말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부는 물가 체감도가 높은 28개 폼목 가격을 매일 점검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고물가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더 올렸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까지 감안하면 한국은행이 긴축 카드를 추가로 쓰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금도 고금리에 허덕이는 서민 가계의 경우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경우 파산을 면치 못한다는 사회적 공포도 실재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안정세가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와 서민 가계는 '인고의 세월'을 더 견뎌야 하는 운명이다. 그러나 정부는 취약계층의 붕괴를 방치해선 안 된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경제학과)는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가계부채가 쌓이는 이유는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들이 생활비 충당이나 대출 상환을 위해 또 빚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면서 "이자율을 내리기보다는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복지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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