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발전소·해수 담수화 대안으로
포항시 관계자 "첨단산업 지원 범부처 TF 필요"
2차전지 산업 입지로서 포항은 전국 어느곳보다 뛰어나다. 수심이 깊은 동해안 항만을 끼고 있어 2차전지 연료 수급 측면에서 단연 압권이다. 포스텍 등 대구경북지역의 풍부한 연구개발 역량은 2차전지라는 미래 신소재 산업에 즉각적으로 쓰일 수 있는 현장 기술력도 제공하고 있다. 포항에 2차전지 투자가 몰려드는 이유다.
하지만 2차전지 메카 포항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자꾸만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전국이 깜짝 놀랄만한 투자가 집중되고 있지만 물과 전기라는 기본 인프라 공급 능력이 탄탄한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2차전지는 철강 등 일반 제조업보다 물은 2배, 전력은 최대 5배가 더 필요한 고에너지 소비 산업이다. 지난 7월 '2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된 이후 경제 재도약을 위해 달음박질해야할 경북 포항시가 자꾸 발목을 내려다보며 고민하고 있는 부분도 바로 물과 전기이다. 고에너지 소비산업 2차전지를 떠받칠만한 에너지 인프라가 절대 부족한 것이다.
철강으로 성장했던 포항지역이 2차전지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본격적인 체질개선에 나선 것은 지난 2016년 에코프로 유치가 시작점이다.
이어 2019년 배터리규제자유특구 지정 이후 전국 유일 4년 연속 우수특구 선정과 2021년 2차전지종합관리센터 조성 등 경쟁력 있는 산업 생태계를 인정받아 에코프로·포스코퓨처엠 등 선도기업을 비롯해 2차전지 전후방 기업들이 포항에 몰려들고 있다.
오는 2027년까지 확정된 투자액만 14조원에 이르며, 지난 7월 20일 국가첨단전략산업 '2차전지 특화단지'에 지정되면서 앞으로도 기업들의 지속된 투자가 예상된다.
이런 여파로 물과 전기 등 기본 인프라 수요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앞으로는 더욱 가파른 추세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물부터 살펴보면 포항의 공업용수는 포항과 거리가 다소 떨어진 안동 임하댐과 영천댐의 원수에 의존하고 있다. 포항과 거리가 상당히 있는 임하댐의 비중이 용수원 가운데 가장 큰데 이미 이용률이 평균 98.9%(최대 107.9%)를 기록하며 포화상태에 다달았다.
산업용수로 쓰이는 하수처리 재이용수 역시 1일 10만t(톤) 전량이 이미 포스코 등 철강공단에 투입되고 있어 추가 여력조차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2차전지 특화단지인 영일만일반산단과 블루밸리국가산단은 각각 1일 2만5천t·2만1천t의 공업용수를 확보하면서 당장의 용수 부족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껏 예정된 투자만으로도 2025~2026년 무렵이 되면 각각 6만t과 4만t 등 2년 동안에만 총 10만t의 공업용수가 부족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전력상황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블루밸리국가산단의 경우 현 상정변전소에서 공급가능한 전력량은 200㎿ 가량이다. 그러나 2030년이면 필요 기업 전력 수요가 1.3GW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 최소 1.1GW의 추가 전력 공급이 요구된다.
당장의 전력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공당변전소 조기 건설(2025년 12월) ▷신포항변전소 설비 및 선종 보강(2025년 12월) ▷345kV 변전소 및 송전선로 신규 건설(2030년) 등 전력인프라 조기 구축을 시행하고 있으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걱정이 더 크다.
이에 용수 및 전력 공급을 위해 포항지역 내 관련 인프라 생산 설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쉽게 말해 댐이나 발전소 등이다.
대규모 용수 확보를 위해서는 '다목적댐'이 한 방안이다. 다만, 막대한 건설 비용 및 장기간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현재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 '항사댐'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 이후 홍수예방 기능 위주로 지어져 용수로 사용되는 기능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수자원 확보에 용이한 해수담수화 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해수담수화는 바닷물로부터 염분 등을 제거해 순도 높은 생활‧공업용수 등을 얻어내는 과정이다. 기상이변에 대비한 취수원의 다변화와 녹색 신산업으로 점차 각광받고 있다.
초기투자비용이 기존 가격보다 2~3배 비싼 것이 단점이나 생산 규모에 비례해 비용은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전력의 경우는 최근 국가차원에서 개발 중인 소형 모듈 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 수소연료전지발전설비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두 발전소 모두 국가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임과 동시에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위치한 경주, 원자력수소국가산업단지가 있는 울진 등과 연계한 광역화 사업도 노려볼 수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공업 용수 공급을 비롯 전력, 폐수처리 등을 포함해 국가첨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세밀한 지원과 이를 협의할 범부처 합동 T/F 설치와 같은 실효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2차전지 기업체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당장 얼마간의 물과 전기를 공급하기에 급급한 단기적 대안보다는 경북 동해안지역의 지역별 산업을 한데 결집해 근본적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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