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열 대구가톨릭대학교 프란치스코칼리지 부교수
혹 '대구형무소역사관'을 들어 보셨나요? 아직은 무척이나 낯선 말이다. 서울의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들어봤지만 말이다. 옛 서대문형무소는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가들이 투옥되고 고문과 사형으로 순국했던 그 감옥이 아니던가? 대구에도 서대문형무소처럼 독립운동가들이 투옥돼 고문과 사형 집행으로 순국했던 형무소가 있었던가?
그렇다.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던 숱한 독립운동가들이 붉은 벽돌의 옛 대구감옥(대구형무소)의 쇠창살 속에 갇혀 옥살이를 하거나 순국했다. 현재 국가와 서울시의 관심과 지원으로 연간 70만 명 넘게 찾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달리,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옛 대구형무소에서는 잠정 2천386명의 서훈 독립운동가가 투옥됐고 이 가운데 216명(국가 서훈 212명)은 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로 추모된 195명(국가 서훈 176명)보다 많은 숫자이다.
이 같은 사실은 대구에서 지난 2018년 출범한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상임대표 우대현·대한광복회 지휘장 우재룡 독립운동가 장남)가 지난 2020년 7월 대구독립운동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발대식을 개최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옛 대구형무소의 묻힌 독립운동가 사연을 드러내 알리는 일이 펼쳐졌다. 먼저 2020년과 2021년 『묻힌 순국의 터, 대구형무소』라는 책의 초판과 개정판이 연속 발간됐다. 이어 2021년 12월 4일 '대구형무소 순국 독립운동가 206명 진혼식'을 시작으로, 2022년 10월 3일 '대구형무소 순국 독립운동가 206명 추모식'이, 2023년 11월 12일에는 '대구형무소 순국 독립운동가 216명 추모식'이 각각 개최됐다.
특히 올해 대구 2·28기념공원에서 세 번째로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가 준비한 추모식은 광복회 대구시지부와 광복회 광주시지부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이로써 대구와 광주는 영호남 두 지역의 독립운동 연대와 역사 자산 재조명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이날 영호남의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참석자들은 대구 행사 참석을 계기로 두 지역의 독립운동 역사 자산을 고리로 하는 교류와 유대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 사업회가 대구의 독립운동 흔적을 대구의 역사문화 자산으로 삼기 위해 지금까지 4년째 뿌린 씨앗은 조금씩 싹을 틔우고 있다. 대구의 청소년 단체인 (사)청소년꿈랩은 지난 2021년부터 사업회와 함께 해마다 대구 지역 초·중·고·대학생과 청소년을 상대로 '나도 대구의 독립운동가'라는 교육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래 세대의 독립운동 아카데미 참여, 천안의 독립기념관을 비롯한 독립운동 현장과 흔적 탐방 등으로 선조들의 희생과 독립운동 정신을 되새기고 있는데 매년 참여가 이어져 다행스럽다.
이 사업회의 옛 대구형무소 조명 작업 이후 나타난 대구 중구청의 활동은 더욱 돋보인다. 중구청에서는 옛 대구형무소 터에 들어선 삼덕교회와 2021년 7월 '옛 대구형무소 이육사 기념관'(가칭)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현 삼덕교회 자리에 옛 대구형무소 상징 조형물을 설치하고 제막식을 가졌다. 또 2022년 12월 삼덕교회 안에 대구형무소 순국 독립운동가 206인을 기리는 추모의 벽을 마련했다. 올해는 3억8천만원의 예산으로 '대구형무소역사관' 조성 사업에 착수했다.
비록 늦고 더디지만 옛 대구형무소에 깃든 독립운동 애국지사들의 수난 역사를 잊지 않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작업이 '대구형무소역사관'으로까지 구체화되고 있으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노력이 쌓여 대구 시민들이 바라는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으로 이어질 그날이 하루라도 앞당겨지길 고대한다.
문화부 jeb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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