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강국 민낯' 17일 행정전산망 마비에 주요 제증명 발급 중단

입력 2023-11-17 18:00:17 수정 2023-11-17 20:41:50

17일 오전부터 행정전산망 마비, 오후엔 온라인 '정부24'도 중단
행안부 상황공유 부실로 답답함 키워, 한 총리 "주기적으로 투명하게 알리라"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청에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청에 '국가 행정망 장애'로 민원서비스 등이 제공이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7일 오전부터 행정안전부의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정부와 전국 지자체 민원 서비스가 상당부분 중단됐다. 각종 제·증명서를 발급받고자 행정복지센터, 구청 등을 찾았던 민원인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전산망 관리주체인 행안부는 불투명하고 느린 대응으로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마주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업무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건 이날 오전 9시쯤부터다. 이때부터 행정 전산망인 '새올'에 문제가 생겨 주민등록 등·초본을 비롯해 각종 서류 발급이 불가했다.

오후2시쯤부터는 정부 주요 민원을 디지털 기반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인 '정부24'로도 문제가 번졌다. 이 때문에 발급 가능한 서류는 대법원 행정망을 통한 가족관계증명서 등 일부에 그쳤다.

이날 오후 대구 중구 성내2동행정복지센터를 찾은 민원인들도 주민등록등본 등 제증명발급이 안된단 소식에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각종 거래·신고 등을 위해 증명 서류가 필요했던 시민들은 언제 시스템이 복구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전세계약 확정일자 등 신속한 처리가 중요한 업무를 보러 온 민원인들은 특히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번 먹통 사태로 간접 영향을 받은 기관들도 다수다. 일부 국·공립 도서관은 도서 대출이 되지 않았고,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신규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수기로 진위확인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컸다.

행정안전부의 대응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오류 발생 경위나 복구 상황, 예상시점 등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긴커녕 시민들과 지자체에 이렇다할 정보 공유를 하지 않으면서 불만을 샀다.

새올과 정부24 전산망 관리 책임은 맡은 행정안전부는 이날 사고 발생 후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하고도 시스템을 복구하지 못했고, 관련 공무원과 업체 직원 수십명을 투입하고도 업무 종료 시간 내 서비스 정상화에 실패했다. 복구 시점도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관계자는 "검증 서버 기능에서 사용자 인증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원인은 확인 중이라고 했다. 다만 해킹이나 물리적 파손 등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5시쯤 서비스 장애 신속 복구와 함께 진행상황을 주기적으로 투명하게 알릴 것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