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원 48억 vs 분원 1조', 포스코의 '변심'…규모 24배 차이 균형발전 역행

입력 2023-11-16 13:48:30 수정 2023-11-17 11:37:44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사업비 48억 투입…수도권 분원 1조원 이상 투입 추정
상생 TF팀 1년간 대화 단절…市·범대위 "기만 행위" 반발
포스코 "본원이 컨트롤 타워 기능 변함없다"

지난 7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왼쪽부터),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이강덕 포항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이
지난 7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왼쪽부터),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이강덕 포항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이 '포항제철소 종합준공 50주년 기념행사'에 앞서 티타임을 갖고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의 본원보다 더 큰 수도권 거대 분원 설립(매일신문 11월 15일 보도)을 두고 포항 지역의 반발이 거세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포항 본원 사업비는 48억원에 불과한 반면 수도권 분원 설립에는 최소 1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포항 지역을 위한 상생협의체를 구성한 포스코가 1년 가까이 대화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포항 경제계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5일 부지 면적 5만여㎡ 규모의 '경기도 성남시 위례지구 도시지원시설용지 기업 추천 대상자'로 선정됐다. 포스코는 이곳에 미래기술연구원의 분원을 지을 예정이다.

이는 지난 4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포항시 남구 지곡동) 제4연구동 1층에 지은 미래기술연구원 본원(2천300여㎡)에 비해 24배나 큰 규모다.

사업비 차이는 훨씬 더 크다. 포항시와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에 따르면 포항 본원 사업비는 임대·리모델링비로 48억원이 들어간 반면 수도권 분원은 땅값만 5천300억원으로, 실제 조성에는 최소 1조, 최대 2조원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 2021년 본사 수도권 이전 문제로 포항 지역의 반발에 부닥쳤던 포스코는 지난해 2월 포항시·지역 시민 단체 등과 만나 '수도권 본사 포항 이전·미래기술연구원 포항 본원 설치'를 약속했다.

아울러 포스코와 포항시는 원활한 합의 이행 및 지역 상생협약을 위해 공동 TF팀을 구성했다. 그러나 해당 TF팀 회의는 지난해 12월 23일 제7차 회의를 끝으로 1년 가까이 개최되지 않고 있다.

TF팀은 회의를 위해 4차례나 공문을 보냈으나 포스코 측에서 "이미 합의 내용을 다 이행하고 있으니 더 이상 나눌 이야기가 없다"며 대화를 거부했다는 것이 포항시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포항시를 비롯해 지역 시민 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범대위는 16일 "최정우 회장이 포항 시민들과 한 약속을 내팽개치고 성남 위례지구에 미래기술연구원 부지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며 "'포항 시민 기만은 물론 국가균형발전에도 역행하는 처사'라는 내용의 서한문을 작성해 용산 대통령실로 보냈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향후 서울 포스코센터와 용산 대통령실, 국민연금공단(포스코 대주주) 앞에서 최정우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항의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그룹 R&D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포항 본원 기능에는 변함이 없으며, 수도권 분원 설치로 포항-광양-수도권(성남)-해외를 연결해 미래 핵심사업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 허브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