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능 대박" 초콜릿 선물 나눠주는 선생님, 발걸음 못돌리는 학부모

입력 2023-11-16 11:24:14 수정 2023-11-16 22:14:34

엔데믹 수능 2년차 수험장 입구 풍경, 연도는 바뀌어도 마음은 똑같아
학부모·선생님 한마음으로 기원

16일 오전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열리는 대구여고 고사장으로 수험생들이 입장하고 있다. 윤수진 기자
16일 오전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열리는 대구여고 고사장으로 수험생들이 입장하고 있다. 윤수진 기자

16일 오전 7시, 대구 수성구 대구여고 앞은 수능시험일을 맞아 아침 일찍부터 바쁜 발걸음을 옮기는 수험생 행렬이 꾸준히 이어졌다. 손에 도시락 가방과 핫팩, 수험 자료를 들고 고사장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긴장감과 설렘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학부모들은 학교 앞까지 아이를 배웅하며 "시험 잘 보고 와라", "파이팅" 등 힘찬 목소리로 응원을 보냈고, 드물게 부모님 품에 안겨 눈물을 훔치는 학생도 있었다.

엔데믹 이후 두번째 수능도 코로나19 이전보다 차분한 분위기로 치러지는 모습이다. 다만 학생들을 응원하는 간절한 마음은 예년과 똑같았다.

코로나19 이전처럼 2학년 학생들과 교사들의 열띤 응원은 사라졌지만 수험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기를 소망하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진심은 어김없이 수험생들에게 전해졌다.

학생들은 부모님이 정성껏 싼 도시락을 들고 입실했다. 시험을 치러 가던 동문고 3학년 김모 군은 "긴장이 많이 된다. 꼭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부모님께서 점심 도시락으로 '최애' 음식인 유부초밥을 싸주셨다"며 웃어보였다.

혜화여고에서는 3학년 담임선생님 6명이 마음을 모아 초콜릿 선물세트 140개를 준비해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이 학교 이형진(33) 선생님은 "그동안 열심히 해왔으니 다들 긴장하지 말고 실력을 다 발휘했으면 좋겠다"며 학생들을 응원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대구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이 가족과 인사를 나누며 응원과 격려를 받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대구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이 가족과 인사를 나누며 응원과 격려를 받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수성고 이미란(47) 선생님도 "우리 학교에서는 41명의 학생들이 수능을 보러왔다"며 "최근 학교 중간, 기말 시험도 모두 끝나면서 수능을 준비할 수 있는 면학 분위기가 조성됐다. 학생들이 수능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좋은 점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험생만큼 마음을 졸이는 건 학부모였다. 학부모들은 시험을 치러 가는 아이들을 위해 어깨를 두드려주거나,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이날 대륜고 교문 앞에서는 20분 넘게 학교를 향해 기도를 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대구여고 앞 학부모 김모(51) 씨도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씨는 "혹시나 빠뜨린 게 있어 다시 나올까봐 시험장 문 닫힐 때까지는 여기서 기다리려고 한다"며 "아이가 이번에 세 번째 수능을 본다.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나오면 좋겠다. 원하는 대학도 붙고, 이루고 싶은 꿈도 이루길 바란다"고 했다.

고사장 문이 닫히는 8시 10분이 가까워오자 급하게 뛰어들어오는 학생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대구여고 교문 앞에 8시 8분쯤 도착한 한 여학생은 "우리반 지각왕!"이라는 선생님의 인사에 쑥스러운 듯 미소를 남긴 채 입실했다.

이날 대구경찰은 아침 일찍부터 학교 정문 앞에서 정차하는 차량을 통제하며 수험생들이 원활하게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녹색어머니회 관계자들도 교문 앞에서 학생들에게 "화이팅"이라며 외치며 학생들의 기운을 북돋웠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대구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이 가족과 인사를 나누며 응원과 격려를 받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대구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이 가족과 인사를 나누며 응원과 격려를 받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