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교실 강사 김시현(예명 강민) 씨의 할머니 고(故) 권연희 씨
그립습니다. 이 손자 곱게도 키워주신 할머니 고(故) 권연희 씨가 그립습니다. 할머니는 세상에 태어나 3일만에 피울음 토하던 갓난이 손자를 어머니 같이 보살펴 주셨습니다. 할머니는 핏덩이 손자를 부등켜 안고 시오리 산밭길을 걷고 또 걸으시며 힘겨운 보릿고개를 견뎌셨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지도 어언 4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오뉴월 싸립문밖 호미자루 걸쳐놓고 고향 어머니들 동냥 젖 물리던 할머니. 엄마 없는 설움에 기죽지 않게 정성을 다해 키워주신 할머니가 오늘따라 너무 그립습니다.
할머니는 나의 어머니 같은 분이셨습니다. 외할머니댁에서 태어난 나는 어머니 젖도 물어보지못했다고 합니다.
저를 낳으신 어머니는 급성 하혈로 3일간 앓으시다 스무살 나이에 세상을 떠났나고 합니다. 당시 교통편이 없는 지라 큰외삼촌은 어머니를 치료하기 위해 바지게에 어머니를 지고 30리길 병원을 가는 도중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그런 사정으로 나는 외할머니댁에서 100일을 보냈고 그 이후에는 친할머니가 키우셨습니다. 외할머니는 핏덩이 같은 외손자를 얼마나 끔찍이 여겼는지 나를 할머니한테 인계하는 날 꼬박 밤을 새워 우셨다고 합니다.
나의 모진 생명은 일찍이 엄마를 저세상으로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상처(喪妻) 이후 새 가정을 꾸려셨고 이복동생까지 생겼지만 어린 나는 할머니의 지극한 보살핌 속에 자랐습니다.
네 다섯살까지도 할머니 곁을 떠날 수 없었고 그 이후도 큰집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행여 공부가 뒤처질세라 큰아버지께서 눈치 봐가며 나를 서울까지 중·등교육을 시켜주셨습니다.
가난과 설움에 지친 나를 막내 자식처럼 밤 낮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신 어머니 같은 할머니 고 권연희 씨. 덕분에 이 손자 아들 딸 낳고 손주까지 봤습니다. 그리고 잘살고 있습니다.
못다한 공부는 주경야독 문학공부로 시인의 꿈도 이루었습니다. 또 한 신문사 기자로 뛰며 어르신의 건강한 삶을 돕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평소 갈망했던 노래강사로도 활동하며 홀몸 노인시설, 요양원 등 20년간 재능기부로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도 가끔 할머니를 생각하면 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지요. 제 배가 고파도 젖먹여줄 어머니가 없으니 할머니 빈젖을 물리고 그래도 울고 보채면 보리쌀 암죽을 끓여먹였다고 합니다. 그것도 먹지 않으면 큰어머니 젖을 물리고 큰어머니 젖이 모자라면 동네 어머니 동냥 젖을 물렸다고 했습니다. 해마다 명절 차례상머리 앞에 서면 더욱 그리운 어머니 같은 할머니.
할머니는 16세에 안동 김씨 집안 종부로 시집 와 늘 가난을 등에 업고 사셨습니다. 50대에 농사 일하시다 왼손을 크게 다치셔서 평생을 오른손에 의존해 지내셨습니다.
그립습니다. 어머니 같은 할머니 고 권연희 님. 저의 방 벽에는 빛바랜 할머니 사진 한장을 걸어두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생각나면 사진을 보면서 눈물을 훔쳐보기도 합니다.
핏덩이 같은 이 손자 홀로 끌어안고 곱게도 키워주신 그 은혜 잊지않겠습니다. 할머니 보살핌 덕분에 이 손자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나의 어머니 같은 할머니 고 권연희 씨 사랑합니다. 86세에 돌아가셨지만 증손자 증손녀 품에 안고 기뻐하시던 모습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이제 이 손자도 어느덧 칠순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머니 같은 나의 할머니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그 옛 모습 그리며 할머니 영면 앞에 졸시 '할매' 하나 바쳐봅니다.
'무명 빛 세월 한줌/ 바지 춤에 찔러 두고/ 차마 눈 못감아 청산에 이는 바람/ 유년의 가슴언저리/ 돌아누운 할매야/ 조선의 풀잎 처럼/ 맵시나던 할매야/ 쑥대밭 아린 세월/ 마디 마디 눈물 서린/ 일상의 맥락 위에/ 돌아 누운 할매야' 〈김시현(강민)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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