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눈을 떠라'는 앨버스(Josef Albers)의 강의 원칙이었다. 그는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던, 활자 디자이너이자 사진가이고 시인으로 자연과 타 미술가의 모방너머 새로운 시각에 '눈을 떠라'는 교육을 실천했다. 선과 형으로 그린 '정사각형에 바친다'를 주제로 한 그의 연작은 모든 종류의 학습을 통합해야 한다는 순수미술교육을 통해 추상화가로서의 명성을 높였을 뿐만이 아니라, 색채와 공간의 심리적 효과와 인지 현상에 대한 연구를 실천했다. 앨버스는 이후의 추상미술에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생존화가로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귀를 열어라'는 전위음악가인 케이지(John Cage)의 혁신적인 음악을 위한 표현이다. 그는 가장 혁신적인 미국의 전위 음악가였으며 카셀 도큐멘타8(1987년)에 참가한 예술가로 영구적인 음향 공간이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새로운 발상의 전시를 시도했다. 또한 일상생활 용품으로 음향을 만들어내는 퍼포먼스로 조형예술뿐 아니라 무용과 연극의 통합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음악으로 귀를 열었다. 그의 콘서트에는 음악가나 작곡가 보다는 회화나 조각에 관심을 가진 청중이 주류를 이루었다.
케이지의 유명한 공연인 '4분 33초'는 우연성을 통해 청중을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것이었다. 이 '우연기법'은 당시 전위예술가로 활동했던 뒤샹의 영향도 있었다. 그것은 1미터 길이의 실을 같은 높이에서 떨어뜨려 우연히 만드는 각기 다른 형태의 시도했던 뒤샹의 '고정된 세 개의 표준치'처럼, 존 케이지는 그 자신의 지각방식을 주사위 던지기처럼 불확정성과 우연기법을 음악으로 실연했다.
'4분 33초'라는 이 제목의 초연(1952년)은 우드스톡의 매베릭(Maverick)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이 고요의 공연에서 의도적으로 만든 음은 없었다. 다만 청중의 반응인 의자소리나 건물외부에서 들리는 소리를 통해 삶과 예술의 벽이 사라진 최초의 공연이었다. 이 공연의 의미는 관찰자인 청중이 직관을 통해 눈을 뜨고 귀를 열어 놓은 새로운 예술의 탄생이었다.
이러한 시도에는 대학의 한 공간에서 들었던 두 소리에 대한 경험이 전제되었다. 그것은 자신의 신경계에서 나오는 높은 톤과 혈액순환으로부터 나오는 낮은 톤의 소리에서 느낀 경험, 바로 완전한 고요는 없다는 통찰이었다. 그래서 케이지는 작곡가가 구상하거나 기악으로 만들어낸 소리와 마찬가지로 의도되지 않고 생겨난 소리를 수용해 '4분 33초'를 시도했다. 이 공연으로 케이지는 당시 친구였던 무용가 머스 커닝햄과 미술가인 로버트 라우센버그와 동시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눈을 뜨고 귀를 열어가는 시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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