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On] 이준석 왜 대구 올까…홍준표 "정세 판단 미숙"

입력 2023-11-17 10:30:00 수정 2023-11-17 13:21:17

◆이준석 "어려운 도전"…홍준표 "대구와 연고 없다", 성공 가능성 희박!
◆부모 태어난 TK에서 승부를 통해 신당 성공 시키려는 전략
◆인물과 바람, TK에서 아직은 역부족…홍준표 대구시장 "정세 판단 미숙 탓"

홍준표 대구시장(왼쪽)은 최근 페이스북에
홍준표 대구시장(왼쪽)은 최근 페이스북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신당이 대구에서 바람이 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이 전 대표는 "가장 어려운 영남 도전도 할 수 있다"며 대구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사진은 지난 8월 30일 대구 달서구 두류야구장에서 개막한 '2023 대구치맥페스티벌' 개막식 모습. 연합뉴스
이창환 디지털논설위원
이창환 디지털논설위원

내년 총선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 간판으로 대구에 출마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그는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적어도 도전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가장 어려운 영남 도전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와 교감을 이어온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KBS 최강시사 라디오에 출연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경북이나 대구를 바탕으로 했을 적에 성공 가능성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가 지금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해서 당을 발족한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는데 그건 이 전 대표가 어디가 가장 유리한 지역인가를 선택하는 것에 달려 있다"며 "이 전 대표가 경북이 자기 고향이라 거기를 일단 선호하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두 언급을 종합하면 이 전 대표가 대구 출마를 사실상 굳힌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에서 신당은 실패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준석, 유승민' 바람은 전혀 불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구 정치권의 전반적인 기류는 홍 시장이 판단이 옳다고 본다. 인물과 바람 등 이준석 신당이 성공할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동대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동대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의 확고한 지지가 필수다. 특정 지역에서 바람이 불 경우 주변을 거쳐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거대 양당 틈바구니에서 성공한 3당의 사례를 보면 모두 특정 지역에서 일방적 지지를 얻었다. 1996년 자유민주연합이 충청과 대구를 기반으로 50석을 확보했고, 2016년 국민의당은 호남을 장악하며 38석을 얻어 제3당으로 자리 잡았다.

이 전 대표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부모가 모두 TK 출신이다. 이를 기반으로 TK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다. 더욱이 TK에서 붐을 일으키면 추풍령을 넘어 수도권의 보수층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대구에 출마하고, 유승민 전 의원이 서울에서 출마할 것이란 예측도 나돌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대구 출마는 보수 본진 공략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보수당에서는 TK에서 지지를 받지 않고는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 그만큼 TK는 보수의 심장이다. 보수의 심장에서 개혁보수를 내걸고 도전자로서 한 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의도다.

대선까지 염두에 둔 그는 이기면 TK의 미래 정치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패해도 장기적으로 큰 손해는 없을 것이란 계산이다. 대중성을 바탕으로 TK 유권자에게 젊은 이미지를 주는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해 볼 만한 승부라는 것이다.

대구의 지형적 특성도 계산한 듯하다. 대구가 동서남북 거리가 짧고 이동하기도 쉬운 탓에 12개 지역구를 한 지역구처럼 활동할 수 있어 바람을 일으키기에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7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7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연합뉴스

TK 정치권은 이 전 대표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본다. 평소 이 전 대표에 우호적인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대구에서 이준석, 유승민 바람은 전혀 불지 않을 거다. 이준석은 대구와 전혀 연고가 없다. 같이 거론되는 유승민은 아직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있다. 대구에서 이준석, 유승민 바람은 전혀 불지 않을 거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상황인식의 오류이고 정세 판단의 미숙이다. 현실을 무시하는 바람만으로 현 구도를 바꾸기는 어렵다. 비례대표 정당에 올인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충고했다.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요인으로 인물, 바람, 조직, 정책 등을 꼽는다.

우선 인물을 살펴보자. 이준석 신당 간판을 걸고 TK에 나설 인물이 얼마나 될까?

이 전 대표 본인을 제외하고 인지도를 갖춘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공천 탈락한 국회의원들이 신당 간판을 걸고 출마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대구의 한 의원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줄곧 TK 국회의원들을 '살찐 고양이'에 비유하면서 현역 의원들이 속을 부글부글 끓이고 있다. 아예 외면하고 있다. 홍석준 의원은 최근 방송에서 "예의가 없다"며 비판을 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이 전 대표는 주호영 의원에게 "주호영 선배께서는 팔공산만 다섯 번 오르시면서 왜 더 험한 곳을, 더 어려운 곳을 지향하지 못하셨습니까"라며 공격한 악연도 있다.

이처럼 대구 의원들을 상대로 감정 섞인 비판을 한 탓에 공천을 탈락한 현역 의원들이 신당으로 가기가 어렵게 돼 버렸다. 공천 탈락한 의원들도 외면할 경우 후보를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 김종필 전 총리가 이끈 자민련도 대구에서 박철언이라는 거물 의원이 있었고, 안철수 의원이 이끈 국민의당도 호남에서 천정배, 박지원 등 지역의 중진 의원의 뒷받침이 있었다.

둘째, 신당이 바람을 일으키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다. 특정 지역 유권자들이 집단적인 동정 또는 반감 여론이 그것이다.

자민련이 대구에서 일으킨 바람은 소위 'TK 정서'로 알려진 '반YS 정서'였다. 상용자동차 부지 부산 변경 등 대구의 각종 이해를 무산 또는 부산으로 가져간 YS에 대한 배신감이 자민련 지지로 옮겨갔다.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바람을 일으킨 배경에는 '문재인 민주당'의 호남홀대론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반문재인 정서였다.

18대 총선에서 대구의 친박연대 바람은 친이계의 친박계 공천 학살에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정서였다.

현재 TK 주류 정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에 큰 변화가 없다. 최근 윤 대통령은 잇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는 등 TK 지지세 이탈 차단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두 사람의 회동 뒤 윤 대통령의 TK 지지율이 더 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내년 총선까지 이 같은 여론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신당 바람이 불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 이유도 여기에 근거를 하고 있다.

조직은 신당의 특성상 약할 수밖에 없다. 조직은 자금과 직결되는 부분인 탓에 신당이 조직을 만들 여력이 없어서다. 국민의힘이 대구에서 거미줄 같은 조직을 보유한 반면 신당은 사실상 전무하다.

때문에 오히려 신당의 정책이 관심을 끌 수는 있다. 이 전 대표가 거대 양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상대로 얼마나 참신한 정책을 표방하느냐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유권자들이 정책에 큰 관심이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