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익 영남대 교수
대한민국의 경제는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수도권과 지방이 비교적 균형 있게 발전해 왔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급속도로 글로벌화되었고, 해외 교류가 수월한 수도권으로 기업이 몰리는 현상이 가속화됐다. 한정된 지역에 기업과 인구가 몰리다 보니 수도권 땅값이 폭등하여 기업에는 제조원가 인상에 따른 경쟁력 저하 부담을, 근로자에게는 집값 및 물가 상승 고통을 안겼다.
살인적인 집값 상승 때문에 결혼 적령기 세대들이 결혼을 포기하고, 기혼자들도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남녀 합계출산율은 2022년에 0.78로 떨어졌다. 이러다가는 장래에 대한민국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지역균형발전은 국가 명운이 걸린 정책 과제가 됐다.
이 문제에 대해 역대 정부들이 방관한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모든 정부가 다양한 관점에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수도권 집중화 및 지방 붕괴 추세는 오히려 심해졌다. 이에 현 정부는 위기를 인식하고 지역균형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여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를 발족, 지역균형개발에 관한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에 기대되는 바도 크다.
그런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을 재점검하고 내실을 다지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2000년 이후 추진된 노무현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및 혁신도시 사업은 가장 강력한 국가균형개발 정책으로 꼽을 만하다.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우수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정책적 의지로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노 정부는 공공기관을 먼저 지방으로 이전시켜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려 한 것이다.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이 지역 금융기관을 통해서 예산을 집행하여 지역 금융 활성화에 기여하고, 관련 기업들이 이전 공공기관을 따라서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만든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수도권 소재 153개 공공기관이 2019년에 지방 이전을 완료했다.
문제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완료되고 3~4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기대했던 효과가 과연 발휘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자신 있게 말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형식적 이전에 그치고 있고, 기대 효과가 발휘되기 위한 본질적 조치도 미흡해 보인다.
이는 부산의 이전 공공기관만 살펴보아도 쉽게 확인된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부산의 혁신도시 이전 13개 공공기관 중에서 11개 기관이 시중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고 있고, 지역 금융회사인 BNK부산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는 공공기관은 한 곳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는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지역 금융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나아가 관련 기업의 지방 이전까지 기대하는 것도 무리이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법에 관한 특별법 제25조'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29조'의 법 개정을 통해 지방 이전 공공기관이 지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활성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관련 기업들의 지방 이전을 촉진시키는 적극적 조처가 필요하다.
안성익(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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