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차던 지하주차장에서 중학생 아들 잃었던 김은숙씨…트라우마 극복 사례 담담히 풀어내
‘태풍과 지진 등 재해 아픔 털고 일어나기를’ 9일 마음건강 토크콘서트 열려
"지금 저희 가족은 아들 주영이가 못다한 삶의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힘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상실에 매여 있는 사람들이 용기를 잃지 마시고 주변의 도움도 받으시고 함께 노력을 계속하기를 바랍니다"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가 경북 포항을 덮쳤던 그날.
인근 하천이 범람해 물이 불어나고 있다는 소리에 김은숙(52)씨는 아들 김주영(15)군과 함께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차를 빼러 내려갔다.
그 잠깐의 순간이 김씨의 인생을 이렇게 송두리째 바꿔버릴 줄은 전혀 몰랐다.
순식간에 불어난 물은 지하주차장의 꼭대기까지 막아버렸고, 숨쉬기조차 힘든 그 곳에서 김씨는 14시간 동안이나 천장에 매달리며 힘겨운 사투 끝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그러나 함께 내려갔던 아들 주영군은 10대라는 너무 어린 나이에 결국 어머니의 곁을 떠났다. 당시 김씨가 살던 포항시 남구 오천읍 아파트에서는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로 주영군을 포함해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아들을 그렇게 떠내보내고, 1년여가 흐른 지금 김씨는 강단에 올라섰다.
하루하루 힘들었던 아픔을 견뎌내며 보낸 시간들을 자신처럼 고통받고 있을 다른 가족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9일 포항흥해종합복지센터에서는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 주최로 '마음 건강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김씨는 바로 이 무대에서 트라우마 극복 사례자로 나와 주영군을 잃었던 아픔과 가족들이 함께 이를 이겨내가던 과정 등을 직접 녹음한 짧은 동영상으로 풀어냈다.
김은숙씨는 "아무런 준비없이 하루아침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아픔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라며 "비가 올 때면 그 지하주차장에서 겪었던 모든 생각들이 떠올라 잠을 잘 수 없고, 그리움이 점점 더 깊어져 평범한 일상을 보내기가 무척 힘들었다"고 경험을 전했다.
또한 "가족들 모두 주영이가 보고 싶어 하루에도 몇번씩 지하주차장에 내려가며 일상을 보내야만 했다"면서 "깜깜한 곳이 무서워 엘리베이터조차 못하던 저에게 함께 손을 잡고 가주던 가족들과 이웃들, 여러 사람의 따뜻한 마음 속에서 서서히 극복해가고 있다"고 했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치유와 희망, 그리고 동행'을 주제로 재해 피해를 경험한 주민들이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격려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마련됐다.
김은숙씨 외에도 '행복의 기원' 저자인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강사로 나서 '행복 고래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남진 포항시 도시안전해양국장은 "2019년 개소부터 현재까지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에서는 지진 등 재난 피해자들의 심리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왔다"며 "앞으로도 지진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 관리까지 영역을 확대해 시민들의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재난 심리지원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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