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의 그늘…일하다 절단 사고 당하는 노인 환자 늘어

입력 2023-11-07 15:11:48 수정 2023-11-07 19:55:36

W병원 "최근 3년간 수지 재접합 수술 환자 15% 65세 이상"
"노동 현장에 노인 인력 급증과 무관치 않아"

대구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동네 환경정비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동네 환경정비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일하는 노인 비중이 늘면서 절단 사고를 당해 수지 재접합 수술을 받는 노인 환자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관절 및 수지접합 전문병원인 W병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65세 이상 고령 환자가 재접합 수술을 받은 사례는 175건이다. 이 기간 W병원의 전체 재접합 수술 건수(1천170건) 중 약 15%를 차지했다.

재접합 수술을 실시하는 의료 현장에선 인구 구조, 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절단 사고 환자 유형이 급변한다고 설명했다.

우상현 W병원장은 "젊은 시절 의사 생활을 할 때는 공장에서 일하는 20대 초반 근로자들이 손이나 팔이 절단돼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았고, 10여 년 전에는 외국인 근로자 절단 환자 수술을 많이 했었다"며 "그런데 최근에는 노인들이 일을 하다가 절단 사고로 수술을 받는 사례가 너무 많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동 현장에 65세 이상의 노인 노동력이 증가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노인들은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이 많지만, 노인 접합 수술 성공률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W병원 수부미세재건센터 강동호 원장이 최근 '제42차 대한미세수술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고령 환자의 손가락 절단 사고 후 재접합 수술의 성공률과 합병증' 연구에 따르면, 고령 환자 중 신체상 특이 소견이 없거나 고혈압, 당뇨 등을 잘 조절하는 만성질환자의 경우 81.2%의 수지접합 생존율을 보였다.

강 원장은 "고령 환자들은 각종 퇴행성 질환으로 수술 후 합병증 발생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수술 후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치료를 병행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치료비 등에 대한 걱정으로 수지 재접합술 보다는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드는 수지 절단을 원하는 노인도 꽤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절단 수술은 10~20분에 불과한 반면, 접합 수술은 몇 시간에 걸쳐 진행되고 수술 결과에 따라 재건 수술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우 병원장은 "수지 재접합술에서는 고령이라는 나이가 결코 수술을 포기해야 할 장애물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수술 성공률 또한 높은 편이다"며 "그럼에도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재접합술 보다 절단술을 선택하는 고령 환자들의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고령 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65세 이상 노인 비중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지만, 상대적 빈곤율은 최고 수준이다.

통계청의 '2023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36.2%로 OECD 국가 중 2위인 일본(25.1%)을 크게 웃돌고 있다. 반면 2020년 기준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의 50% 이하 인구 비율)은 40.4%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