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환경운동연합, 경주시 56m 대형 태극기 게양대 계획에 “시민의견 충분히 수렴하라"

입력 2023-11-02 16:59:47

2일 경주시청서 1인 시위…지난달 16일부터 3주째 1인 시위 이어가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2일 경주시청에서 황성공원 내 국기 게양대 건설 중단과 시민공청회 개최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2일 경주시청에서 황성공원 내 국기 게양대 건설 중단과 시민공청회 개최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경북 경주시가 황성공원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경주환경운동연합이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한 수렴한 뒤 사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2일 경주시청에서 황성공원 내 국기 게양대 건설 중단과 시민공청회 개최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했다.

경주시는 6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신라시대 화랑들의 훈련장이었던 황성공원에 내년 3월까지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태극기 게양대 높이는 신라왕 56명을 기념하는 뜻에서 56m로 정했다. 아파트 22층 높이와 맞먹는다. 게양대에는 가로 10m, 세로 8m 크기의 태극기가 내걸린다.

삼국통일을 이룬 호국정신 중심도시 경주에 대형 태극기를 설치해 시민들의 애국심을 높이는 동시에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경주시의 구상이다.

하지만 이 단체는 유서 깊은 황성공원에 높이 50m가 넘는 대형 시설물이 들어서면 도심 경관을 해치고, 주민의 심리적 거주 안전성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게다가 이 사업은 지난 6월 21일 열린 '황성공원 그랜드플랜 조성계획(안)'에는 없었지만 이후 급조돼 만들어졌다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이런 이유로 지난달 16일부터 황성공원이 있는 황성동 일원에서 매일 1시간씩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이 지난달 28일 황성공원 입구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길거리 설문 조사 설문판. 경주환경운동연합 제공
경주환경운동연합이 지난달 28일 황성공원 입구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길거리 설문 조사 설문판. 경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이 단체가 지난달 28일 황성공원 입구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길거리 설문 조사에 따르면 황성공원 내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찬성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 208명 가운데 14%인 34명이었고, 황성공원 내 설치는 부적절하다고 응답한 이들은 8%인 20명이었다. 반면, 게양대가 불필요하고 예산낭비라고 응답한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76%인 174명에 달했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조사 결과 많은 시민이 이 사안에 대해 모르고 있었고, 뒤늦게 이 사안을 접한 시민 대다수는 문제가 있는 사업이라는 의견을 보였다"며 "그런 만큼 경주시는 일방적인 국기 게양대 건설을 중단하고 민의를 폭넓게 수렴할 수 있는 시민공청회를 먼저 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이 단체는 전날인 1일 경주시 측에 시민공청회 개최를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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