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의 행보가 이상하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30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 인 위원장은 "유대인들이 한 말대로 용서는 하되 잊지 말자"고 했다. 용서나 사과를 하자면 우선 잘못한 대상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인 위원장의 광주 발언은 원론적인 이야기에 그쳤다고 본다.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내놓은 '당내 대사면'도 두루뭉술했다.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을 사면하겠다는 것인데, 홍 시장에 대한 당원권 징계는 애초 과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공개 비난 발언 및 성 상납 증거 인멸 시도 의혹 등으로 징계받았다. '당내 대사면'을 하겠다면 구체적으로 '윤리위 징계가 무리였다'거나 '징계받은 당사자의 사과와 반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니었던 탓에 '대사면' 발언 이후 이 전 대표는 "무슨 대단한 시혜적 조치인 것처럼 하고 있다"며 오히려 반발했다. 또 당내에는 이준석과 함께 갈 수 없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통합 행보가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앞서 인 위원장은 "영남의 '스타(국회의원)'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며 "영남 쪽에는 좀 젊은 사람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 놓고 금방 "누구를 특정해서 얘기한 적도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당과 선거대책위원회가 결정해야 하는 것으로 혁신위가 하면 월권 행위"라고 말했다. 공천 규정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정당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공천 문제인데, 이걸 혁신하지 않으면 무엇을 혁신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인 위원장은 두루뭉술하게, 좋은 게 좋다는 태도로 예민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원론적인 사과, 두루뭉술한 선심 쓰기, 애매한 공천 입장은 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혁신하자면 과거와 결별해야 하고, 결별하자면 싸워야 한다. 싸우지 않고도 혁신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너무 순진한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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