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41> 음악과 건축- 기욤 뒤페의 모테트, “갓 피어난 장미(Nuper Rosarum Flores)”

입력 2023-10-30 10:51:51 수정 2023-10-30 16:15:32

서영처 계명대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

피렌체 대성당 돔.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피렌체 대성당 돔.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피렌체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은 1296년 건축이 시작되어 세례당, 본당, 종탑공사를 거쳐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 1377-1446)가 돔 공사(1420-1436)를 마치기까지 3세기가 걸렸다. 피렌체 대성당은 피렌체의 정치력과 경제력을 과시하는 건축물이며 르네상스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피렌체 대성당은 로마네스크, 고틱, 14세기 르네상스, 15세기 르네상스 등 다양한 시대 양식이 섞여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은 단연 브루넬레스키의 돔이다.

피렌체시는 대성당의 천장 지붕 설계안 공모를 하고 최종심에 오른 두 개의 안(고틱식 첨탑과 돔)에 대한 결정을 시민들에게 떠넘겼고, 투표 결과 시민들은 돔을 최종 설계안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대성당의 천장을 덮을 거대한 돔은 당시 기술력으로는 건축이 불가한 비현실적인 설계안이었다. 이런 이유로 피렌체 시의회와 성당 건축을 총괄하는 협회는 설계안 결정 후 반세기가 지난 51년 뒤에야 돔을 건축할 모형공모전을 실시했고, 로마의 판테온을 연구하고 돌아온 브루넬레스키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선되었다.

브루넬레스키는 판테온의 이중벽 원형 돔에서 영감을 얻어 당대 기술력으로 가능한 좁은 돔을 만들었고 공간을 띄어 외벽에 해당하는 돔을 이중으로 만들어 힘을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대성당에 어울리는 완벽하고 아름다운 돔을 완성했다. 지지구조 없이 수평 인장력을 이용해 급한 경사의 첨두형 돔을 지그재그식으로 쌓아 올리는 데는 4백만 개 이상의 붉은 벽돌이 사용되었고 구조물의 무게는 약 4만 톤 이상에 달했다.

브루넬레스키가 16년간 공들여 완공한 돔은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꽃의 성모)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 송이 꽃봉오리처럼 대성당의 지붕을 덮었다. 붉은 꽃봉오리는 성모를 상징하는 장미다. 장미는 꽃 중의 꽃으로, 비전문가들이지만 첨탑 대신 돔으로 최종 설계안을 채택한 피렌체 시민들의 깊은 뜻과 심미안이 생각할수록 대단하다.

1436년 돔 공사를 마친 피렌체 대성당은 교황 에우제니오 4세를 모시고 성대한 봉헌식을 거행했다. 봉헌식에는 르네상스 최고의 음악가 기욤 뒤페(1400-1474)가 작곡한 모테트 '갓 피어난 장미'가 연주되었다. 모테트는 르네상스 종교 음악을 대표하는 양식으로 라틴어 가사로 부르는 무반주 다성음악이다. 모테트는 자유 선율을 주제로 삼고 여기에 종속적인 반주 성부를 붙여 넣는 것으로 성부 간에 조화가 이루어진다.

뒤페의 곡은 성당 건축에 사용된 비례와 기법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기법은 바깥 돔 안에 넣은 내부의 돔처럼 두 개의 화려한 선율을 사용하였고, 테너와 베이스가 주선율을 뒷받침하며 진행한다. 바깥 돔은 장미를 꽃 피우고, 내부 돔의 안쪽에는 르네상스 화가들의 천장화가 그려져 있다. 알고 들으면 감동이 더 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