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희생자 홍의성 씨 아버지 홍두표 씨 인터뷰
“간호사로 일하던 착한 아들, 아프리카로 자원봉사도 떠나고 싶어 해”
방 한 칸에 아들 추모 공간 만들어…"아직 보내지 못했다"
평범한 일요일이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아내와 공중목욕탕을 가는 습관이 있던 홍두표(69) 씨는 그날도 어김없이 목욕탕으로 향했다. '압사로 158명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탈의실에서 보고는 그저 해외 소식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한국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깔려 죽는 일이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개중 자신의 아들이 있을 거라고는 당연히, 감히 상상도 못 했다.
씻고 나오니 서울에 사는 셋째 아들에게 두 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이 아침에 얘가 무슨 일이지, 홍 씨는 의아함을 품고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거제에 있어야 할 큰아들이었다. 큰아들은 터져 나올 것 같은 무언가를 꾹꾹 누르는 사람처럼 말을 이었다. "아버지,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의성이가..." 홍 씨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참사 1주년…유족들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홍의성 씨의 시간은 그가 31살이던 2022년 10월 29일에 멈췄다. 홍의성 씨 가족들의 시간도 1년 전에 머물러있다. 경북 안동 본가 방 한 칸에는 1년 가까이 끊임없이 타고 있는 향초가 있다. 그 뒤로는 환하게 웃는 홍의성 씨가 있다. 아버지 홍 씨는 "1년 동안 세상이 변한 게 없는데 어떻게 내 아들을 마음 편히 보낼 수 있느냐"고 덤덤히 말했다.
홍 씨는 아직도 복잡하고 참담했던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는 아내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속이 복잡했다. 목욕탕에 나와 생전 그런 적 없는데 국밥집에서 밥을 먹였다. 약국에 가서 청심환도 하나 사서 입에 넣어줬다. 그러고도 입이 안 떨어져서 커피도 사마셨다. 아침 7시에 소식을 듣고 3시간 후인 10시에 겨우 말할 수 있었다.
친구들이 많았다는 홍의성 씨는 서울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서울행은 아버지 홍 씨의 권유였다. 홍 씨는 "아프리카로 자원봉사를 가고 싶다는 의성이를 말렸다. 위험한 아프리카 대신 서울에서 일하라고 했고 착한 아들은 내 뜻에 따라줬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홍 씨는 그 순간을 가장 후회한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2년 전으로 돌리고 싶다고 했다. 2년 전 아프리카에 가겠다는 아들을 지지했다면, 서울행을 권하지 않았다면. 아버지 홍 씨는 아들에게 일어난 참극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다.
참사가 일어난 후 1년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은 여전히 참사 속에 있다. 그날 현장에 함께 있다가 살아남은 쌍둥이 동생 홍모(32) 씨는 한동안 술 없이는 잠에 들지 못했다. 아버지 홍 씨는 가장 큰 트라우마를 겪고 있을 셋째를 곧바로 경북 안동의 본가로 데리고 왔다. 홍 씨는 "경북 예천에 사는 큰딸도 이태원 이야기만 들으면 지금도 눈물부터 쏟아낸다"며 "온 가족이 슬픔에 잠겨있다"고 전했다.
◆보여주기식 심리치료 지원…추모관 건립 제안
정부가 지원하는 유가족 상담 프로그램도 소용이 없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각 지방 트라우마센터, 광역·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난해 10월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모두 1천880건의 유가족 상담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87%는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대면 상담을 받은 건수는 약 245건이었지만 이마저도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해 11월~12월 191건이던 대면 상담은 지난 8~9월 단 1건을 기록했다. 홍 씨는 "한 번 가고 기분이 더 안 좋아져 가지 않았다"며 "피상적인 대화와 약물 해법만 내놨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가족들은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가족이 온전히 애도할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홍 씨는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관을 만드는 방안도 제안했다. 참사를 잊지 않으면서도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국가가 보여달라는 의미다.
홍 씨는 "정쟁의 대상이 돼서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서울 광장에, 그 추운 곳에 아이들이 있다. 그러니 부모들은 더더욱 아이들을 못 놓고 있다"며 "추모관이 만들어지면 지역에 사는 유가족들도 자식 생각날 때 찾아가서 보고 추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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