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로 전락한 '정당 현수막'…다음 달부터 집중 철거(종합)

입력 2023-10-26 16:54:47 수정 2023-10-26 19:07:54

대구시 오는 30일 '옥외광고물 관리 개정 조례' 시행…인천·울산·광주에 이어 4번째
'지정게시대·선거구별 4개 이하·혐오 및 비방 내용 없어야'
다음달부터 각 구·군과 합동 정비…시민들 "합리적인 조치"
행안부 "상위법 위반"…인천·울산 상대로 소송 진행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얼굴과 이름을 알리려는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도심의 미관을 헤치고 있다. 매일신문 DB.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얼굴과 이름을 알리려는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도심의 미관을 헤치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도심 거리에 무분별하게 내걸린 정당 현수막에 대한 철거 작업이 다음 달부터 본격화된다. 원색적인 표현으로 도배된 현수막이 도심 흉물로 전락하자 대구시를 포함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특단의 조치를 내놓고 있다.

◆ 인천‧울산‧광주에 이어 대구까지…확산하는 현수막 철거 조례

대구시는 정당 현수막의 설치 개수와 장소 등을 규제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일부 개정 조례안'이 오는 30일부터 시행된다고 26일 밝혔다. 정당 현수막 제한 조례는 인천과 광주, 울산에 이어 전국에서 네 번째다.

개정 조례안에 따르면 정당 현수막은 ▷(명절 등 특정 시기를 제외하고) 지정 게시대에만 게시하고 ▷설치 개수는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제한하며 ▷혐오·비방 내용이 없어야 한다.

정당 현수막이 거리를 점령한 건 지난해 12월 국회가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하면서부터다.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다룬 현수막이 허가‧신고 절차나 설치 장소 제한을 받지 않게 되면서 원색적인 비난이나 막말이 담긴 현수막이 거리를 뒤덮었다.

범어동에 있는 한 중학교에 다니는 김모(15) 군은 "너무 공격적인 문구가 적힌 정당 현수막을 보고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다"며 "철거하는 것이 시민들이 통행하기도 편하고, 미관상으로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수막 공해로 시민들의 불편이 잇따르자 가장 먼저 칼을 빼든 곳은 인천시다. 올해 6월 옥외광고물 조례를 개정한 인천시는 7월 12일부터 강제 철거를 시작해 이달 26일까지 정당 현수막 2천115개를 정비했다.

울산시도 지난달 21일 옥외광고물 조례를 개정해 정당 현수막 256개와 불법 현수막 1천562개를 철거했다. 광주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5일 옥외광고물 조례를 바꾸고 이달 13일부터 현수막 약 5천개를 없앴다.

정당 현수막에 관한 조례 재개정은 부산시와 전남 순천시 등으로 전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 행정안전부 "상위법 위반" 제동 나서

반면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의 정당 현수막 규제 조례가 상위법을 위반해 위법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 6월부터 인천시와 울산시를 상대로 조례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인천시에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은 지난달 14일 기각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집행정지에 대해서만 기각됐을 뿐 조례가 적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무효 확인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며 "대구시가 개정한 조례에 대한 대응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행안부로부터 소송을 당하더라도 정치 현수막의 난립이 도시 미관을 저해하고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전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각 구‧군과 함께 정당 현수막 합동 정비‧단속 기획단(TF)을 운영하고 구‧군별 상시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거리 곳곳에 설치된 정당현수막을 비롯한 모든 불법 현수막을 정비해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겠다"며 "각 정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