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 대구경북 정치의 딜레마 '여소 야대'

입력 2023-10-17 16:47:47 수정 2023-10-17 19:03:20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10월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17.2%포인트(p) 차로 대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의 수세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는 평가다. 후폭풍은 컸다. 이러다가는 내년 22대 총선도 4년 전 총선의 재판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이제야 여권 내부에서 조금씩 나온다. 그래서 취임 이후 인사에서 한 번도 물러서지 않던 대통령도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자진 사퇴시켰다. 그리고 국민의힘의 지명직 당직자 전원이 사퇴하고, 새 당직자를 임명하면서 키워드는 '수도권'이다.

이러한 정치 상황은 대구경북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는 보수 이념 중심에서 중도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수도권 중심은 수도권 표심을 잡기 위해서 중도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 기조는 중도보다 보수 중심이었고, 불과 얼마 전인 8월 대통령이 직접 이념이 제일 중요하다고 한 바 있다. 특히나 선공후사, 공동체 지향의 국민 통합적인 전통적 보수보다는 개인, 기업가 등 경제 주체의 자유를 내세운 자유주의 보수를 추구해 왔던 현 정부로서는 수도권 중도층을 잡기는 더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선거를 위해서는 수도권 중도 중심이 되면 영남, 특히 대구경북 보수의 정치적 위상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인구다. 60, 70년 전 1960년대 대구가 경북과 분리되기 전 경북 인구는 전국에서 제일 많았다. 따라서 선거에서 차지하는 경북의 위상은 당연히 컸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그러했다. 그러한 대구경북(과거 경북)의 18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3년 9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9.7%다. 이는 경기·인천(31.9%), 서울(18.8%) 등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부산·울산·경남(과거 경남) 14.9%보다 적으며, 10.7%인 충청권에 역전되고, 9.7%인 호남과 같다. 이러다 보니 지역의 국회의원 수는 줄고, 전국 정치에 대구경북의 영향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수도권의 광역화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서울 인천 경기 121개 선거구중 16곳에서만 승리했다. 문제는 수도권의 광역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혁신도시의 충청·강원권 이전과 고속철과 광역 전철망의 연결로 인해 수도권이 충남과 세종, 강원 서부, 충북 서부까지로 광역화되고 있다. 이럴 경우 수도권의 지역구가 지난 총선의 121개에서 22대 총선에서는 150개가 넘어서면서 전체 지역구 253석 중 60%를 차지하게 된다. 만약 이런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이 지난 21대 총선 이상으로 패배를 할 경우 그 결과는 현재 의석보다도 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당연히 영남의 위상은 그만큼 줄어들며, 특히 대구경북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는 대구경북의 정치는 영향력을 유지했다. 그것은 총선을 통해서다. 대구경북에서 대부분 보수 국회의원을 당선시켜 보수당 내 다수를 차지했으며 이것이 정치적 영향력이 되었다. 딱 여기까지다. 국민의힘 내 다수는 차지하지만, 국민의힘이 원내 다수당이 아니다. 설사 대선에 이겨도 여소 야대다. 바로 대구경북의 정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항상 보수 정당에 몰아주었음에도 대선에서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총선에서는 패배한다. 그리고 어느덧 보수 정당은 총선에서 패배도 익숙해진 듯하다. 그래서 정국 구도가 대선에 이겨 여당이 되어도 여소 야대, 대선에 패배하면 당연히 여대 야소 구도가 뉴노멀화되는 듯하다.

이런 상황이 되면, 앞으로도 대구경북에서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전원 당선시킨들 대구경북의 정치적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럼 총선 패배에 대해 대구경북은 뭉쳤는데 수도권이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대구경북은 총선에서 패배하면 책임이 없을까? 총선에서 지고 다시 대통령이 보수의 본고장 영남의 서문시장을 방문하여 기를 받으면 보수가 다시 살아나고 대구경북의 영향력이 살아날까?

지금은 반대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나올 조짐이다. 지나친 보수 이념의 국정이 수도권 총선을 어렵게 한다고. 보수 이념의 본고장인 대구경북은 이에 대해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왜 대구경북의 이념이 총선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소리를 들어야 할까? 이젠 영남, 특히 대구경북에서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전원 당선시켜도 총선에 지면, 총선의 패배에 대한 책임과 비판도 함께 감당해야 하는 분위기다. 이래저래 대구경북 지역 정치와 보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