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프롬과 함께한 하루

입력 2023-10-19 11:36:28 수정 2023-10-21 07:01:55

사랑의 기술(에리히 프롬/ 문예출판사/ 2014)

고독이라는 유전인자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에게 사랑만큼 소중한 자본이 어디 있을까? 사랑은 인간이 고립감을 해결하는 열쇠이다. 이처럼 귀중한 사랑도 원석을 그대로 두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저자는 이른다. 목공이 나무를 다듬는 것부터 배우듯이, 아기가 여러 번 넘어지면서 이윽고 걸음을 걷듯이 사랑도 부지런히 갈고 닦아야 한다고 이 책의 저자 에리히 프롬은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 책은 1956년에 발간되었고 34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그 후 7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책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계 미국인인 프롬은 1900년 독일 상공업의 중심지였던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친가와 외가 모두 독실한 유대교인이었기에 어릴 적 꿈은 탈무드 연구가였다. 1918년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법학을, 1919년부터는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사회학과 심리학, 철학을 공부한다. 1922년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33년 나치의 위협을 느껴 미국으로 망명하여 컬럼비아대학교, 미시간 주립대학교, 뉴욕대 교수를 역임한다. 주요 저서로는 '자유로부터의 도피', '소유냐 존재냐' 등이 있다.

이 책은 사랑을 통해 한 인간이 어떻게 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에 관한 담론이 주를 이룬다. 책은 네 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사랑의 기술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인간은 사랑받는 것에 집중하기에 남자는 성공에 치중하고 여자는 신체와 외모의 매력에 열중한다는 것이다. 사랑의 능력을 성장시키려면 전 생애를 통해 끊임없이 훈련하고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둘째, 인간 존재에 대한 해답이 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의 구성요소에는 보호, 책임, 존경, 지식이 포함된다. 셋째, 현대 서양 사회에서 사랑의 붕괴 현상을 이야기한 후 끝으로 지속가능한 사랑을 하기 위한 실천 단계를 제시한다. 이웃을 사랑하는 능력이 없는 한 또한 참된 겸손, 용기, 신념, 훈련이 없는 한 개인적인 사랑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신을 집중해서 인내하고 최고의 관심을 상대에게 보이는 것이 사랑이다.

214쪽의 비교적 얇은 책이지만 그 의미의 무게는 묵직하다. 독자에게 분명하고 따뜻한 울림을 줄 것으로 믿는다. 문장이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독자는 친절하고 부드럽게 이끄는 저자의 사랑방으로 초대되어 사랑하는 마음의 평수가 넓어지고, 읽다 보면 고개를 주억거리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영혼의 창고가 그득해지는 포만감을 느낄 것이다.

김정숙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