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지금 세상은 전쟁터이다. 산업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전쟁이고, 교역에서는 역글로벌화 시대의 공급망 전쟁이고, 중동과 아시아에서는 미·중의 힘겨루기 대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전쟁 통에 한국은 그간 30여 년간 달러 박스였던 중국에서 수출 감소와 무역 적자로 멘붕 상태다.
한국, 이제는 제조가 아니라 '창조'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고 이것으로 승부해야지 이미 기술 수명이 한계에 달한 미국, 일본에서 배웠던 전통 제조업을 끌어안고 탈중국, 중국 보복론으로 스스로를 자위한들 변하는 것은 없다.
전쟁과 외교, 무역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철저히 준비하고 상대가 예상치 못하는 전략이 있어야 이긴다. 한국의 최대 교역 대상국 중국을 정확히 파악하고 판단해야 한다. 반도체 하나 빼놓고는 한국보다 잘하는 무서운 나라가 지금 중국이다.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 대중 적자를 한국은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한 지식산업의 세상에서는 선발자만 살아남는다. 전통 산업에서 선발자 우위는 빨리 버려야 산다. 탈중국이 능사가 아니고 지옥에서 살아서 돌아오는 혁신이 살길이다.
욕하면서 배우고 싸우면서 배운다고 한다. 코로나19 3년 사이 일상생활에서 현금이 필요 없는 캐시리스사회, 식당에 종업원이 필요 없는 서빙 로봇이 서빙하는 사회로 진화해 버린 중국에서 철강 화학 기계 가전에서 선발자 우위를 누렸던 한국의 대중국 우위론은 빨리 버려야 한다. 전통 자동차에서 밀리면 전기차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전기차 다음 수소차에서 기선을 잡는 전략이어야 한다.
국토 면적의 70%가 사막이고 건기 9개월간 비 한 방울 오지 않고 한국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인구와 국토 면적에도 불구하고 한국 GDP의 31%, 1인당 소득의 1.6배를 달성하고 있는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2010년 이후 성장률을 보면 한국은 이스라엘보다 성장률이 높았던 적이 없다.
세계 1위 반도체 회사 인텔과 AI 반도체 대표 기업 엔비디아는 총성과 포탄이 난무하는 이스라엘에 1974년부터 연구센터를 지어 운영하고 있다. 인텔은 이스라엘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250억 달러를 투자한다. 이는 이스라엘 연간 GDP의 5%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런 이스라엘의 비결은 단 하나 혁신이다. 이스라엘은 사막에서 반도체를 만들었다. 이스라엘에는 인텔의 반도체 FAB 3개가 있고, 이스라엘은 사막 위에 세계 7위의 파운드리 회사인 Tower Semiconductor를 만들었다. '중동의 MIT'라고 불리는 이스라엘공대 출신 엔지니어들이 인텔 최초의 CPU인 8088칩과 지금의 플래시메모리 기반이 된 EPROM과 엔비디아의 DPS칩을 이스라엘에서 개발했다.
전통 산업에서 한계에 부닥친 한국은 이스라엘을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수 순위를 보면 이스라엘은 세계 5위이고 한국은 9위에 그치고 있다. 이젠 학연 지연 경력이 아니라 실력으로 처절하게 승부해야 하는 시대다. 인재가 경쟁력이고 대학의 경쟁력이 세계적인 첨단기업을 유치하는 비밀 병기다.
모든 전쟁은 혁신 기술을 더 빨리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진보하게 만든다. AI가 바둑 두던 알파고에서, 뭐든 답해 주는 생성형 AI로 변신해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이번 이-팔 전쟁에서 드론을 조정하고 공격 타깃을 선정해 주는 이스라엘의 AI 기술이 또 세상을 경악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AI는 고성능 데이터 처리용 반도체(GPU)가 있어야 하고 작업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광대역 메모리 반도체(HBM)가 있어야 한다. AI는 이제 시대 흐름을 타고 더 빨리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천만다행으로 광대역 메모리 반도체에서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한국이 AI용 메모리 반도체를 AI 기업에 납품하는 하청기업으로만 남는다면 큰 의미가 없다.
수시에 합격한 반도체공학과 입학자가 정시에 모조리 의대로 몰려 가는 교육 환경에서, 말로만 규제 샌드박스를 얘기하면서 첨단산업 발목 잡기 하는 법을 만드는 환경에서, 연구개발이 중요하다면서 연구개발 예산을 줄이는 환경에서 4차 산업혁명 대박은 어렵다. 한국, 제조가 아니라 창조에서 성공하려면 학교, 정부, 기업에서 IQ가 아니라 EQ(Execution Quotient·실행력)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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