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출신인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해외 출장 중 1박에 260만 원짜리 호텔 스위트룸에 묵었던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는 장관급 공무원의 해외 숙박비 상한액(95만 원)의 2.7배에 이른다.
감사원의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보면, 가스공사는 임원과 고위 간부의 국외 출장 시 숙박비를 무제한 지급한다는 내용의 '여비규정'을 두고 있다. 이런 이유로 채희봉 전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해 영국 출장 당시 호텔 스위트룸에 묵으면서 하루 숙박비로만 260만 원을 지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스공사 상당수 직원들은 시간 외 근무 실적을 허위로 올려 보상 휴가를 떠나기도 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8조6천억 원의 미수금으로 비상 경영 상황이었지만, 임직원들은 챙겨 먹기 바빴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보상 담당 직원은 수용한 토지 중 영농손실보상금 신청이 없는 토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부친 명의로 이 토지에 대한 손실보상을 신청해 8천100여만 원을 챙겼다. 한국농어촌공사는 77억 원을 들여 노트북 5천600여 대를 구입, 3급 이하 모든 직원들에게 나눠줬다가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또 한국전력 직원이 직접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면서 수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등 공공기관 14곳의 임직원 65명이 겸직 규정을 어겼다.
공공기관의 후진적 행태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자체 감사가 부실하고 정부 감독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공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할 공무원이 산하 기관에 갑질까지 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산업통상자원부 한 사무관은 890여 차례에 걸쳐 자신의 식비 등 업무와 무관한 비용 3천800만 원을 한국난방공사 법인카드로 결제토록 한 것은 물론 난방공사 직원에게 운전기사 노릇까지 시켰다. 공공기관의 내부 통제와 외부 감사·견제 장치에 대한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 도덕적 해이와 방만 경영을 끊어내지 못하는 공공기관이 있다면, 그 기관의 수장은 물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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