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공개된 2028학년도 대입 개편 시안 두고 여러 우려 제기
외고, 국제고, 인문계 학생들도 의대·이공계 지원 가능… 의대쏠림 심화?
고교 내신 기존 1등급 4→10% 확대
2028학년도 대입 개편 시안이 공개되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선택과목 체제를 도입한 지 6년 만에 공통과목 체제로 돌아가게 됐다. 수능뿐 아니라 고교 내신평가에서도 기존 9등급제를 폐지하고 5등급제를 도입하는 등 큰 변화가 예고됐다.
이를 두고 미래 사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교육계에선 의대 쏠림 심화, 내신·수능 변별력 약화 등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기존 미적분Ⅱ·기하 공통 출제범위서 제외… '의대쏠림' 우려도
10일 교육부가 공개한 2028학년도 대입 개편 시안에 따르면, 수학 영역이 공통과목 체제로 바뀌고, 미적분Ⅱ와 기하 등 기존에 의학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요구되던 교과목은 공통 출제범위에서 빠진다.
그러나 학계에서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수학 심화학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교육부는 '미적분Ⅱ+기하'를 절대평가 방식의 선택과목(심화수학)으로 포함하는 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심화수학이 빠진다면 기초 미적분, 확률과 통계만 공부하더라도 의학계열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해 '문과생'에게도 의대 진학 문이 열리는 셈인데, 이럴 경우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의대 쏠림' 현상이 지금보다 더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1994학년도에 수능이 도입된 이후 의학계열에 진학하려는 이른바 이과 학생들이 미적분과 기하 시험을 전혀 치르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외고, 국제고, 인문계 학생들도 의대와 이공계에 지원할 수 있어 의대 및 이공계 학과 쏠림현상이 심화하고 경쟁 또한 보다 치열해질 것"이라며 "인문계 학과들은 신입생 모집에 더욱 난항을 겪을 수 있고 합격선 또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심화수학이 도입되지 않을 경우 대학들은 최상위권 학생 변별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교육부가 수능에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을 밝힌 데다, 심화수학이 채택되더라도 절대평가로 치러질 예정이라 대학들은 최상위권 전형에 어떤 요소를 활용할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문과생도 과학 공부, 이과생도 사회 공부… '수험생 부담 가중'
탐구 영역의 경우 수험생의 심리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2005학년도 이후 수험생들은 원할 경우 탐구영역에서 사회 또는 과학 중 한 분야만 공부해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현행 수능에서도 사회·과학 17과목에서 최대 2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데, 통상 인문·사회계열 진학을 원하는 수험생은 사회를, 자연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은 과학을 선택한다.
그러나 2028학년도부터는 탐구영역에 응시하려면 통합사회·통합과학을 모두 치러야 한다. 이때 문과 지망생은 과학탐구 영역까지 공부해야 하고, 반대로 이과 지망생도 사회탐구 영역까지 공부해야 해 사교육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했는지 정성훈 교육부 인재선발제도과장은 "통합사회·통합과학은 고등학교 기초·핵심과목으로 학생들이 공교육 안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너무 기초적인 내용이 출제될 경우 오히려 변별력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통합사회·통합과학은 1학년 때 배우는 과목으로 기존 탐구영역 17개 과목에 비해 쉬운 과목이어서 상대평가로 변별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국어와 수학에서 변별력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평했다.
◆고교 내신 등급 완화… 경쟁 과열 전망도
고교 내신 5등급제 전환 방침과 관련해선 공교육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으나, 내신 한 등급이 추락할 경우 타격이 커져 내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 교육과정에선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은 9등급 상대평가, 진로선택과목은 3단계 절대평가로 치러지고 있다. 이날 공개된 시안에 따르면 2025년 고1부터는 예체능 등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 절대평가(A~E)와 상대평가(1~5등급)를 병기하기로 했다.
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실장은 "1등급 10%, 2등급 24%로 확대됨에 따라 동일한 점수대를 가진 학생들이 많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비율이 늘어나면서 1등급을 받기 수월해진 부분이 있지만, 그만큼 무조건 1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도 커져 1등급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또한 등급이 완화되는 대신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에 정성평가를 반영하는 학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학생들 입장에선 학교 생활에 충실히 참여하면서 학생부 세특 관리를 잘 해야 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학교 교육이 보다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학생들의 내신 관리 부담이 커질 우려 또한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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