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병력 부족과 초급장교 확보 방안

입력 2023-10-11 10:43:28 수정 2023-10-11 15:15:35

조규택 계명문화대 한국어문화과 교수

조규택 계명문화대 한국어문화과 교수
조규택 계명문화대 한국어문화과 교수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병력 자원이 부족해지고, 초급장교 지원율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분단국이자 휴전 상태의 우리에겐 심각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입대할 자원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신세대 젊은이들은 복무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장교나 부사관을 지원하지 않으려고 한다. 소위 임관자의 68%를 차지하는 학군사관후보생(ROTC) 모집에서 그 실상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2014년 6.1대 1이었던 경쟁률은 2018년 3.4대 1, 2020년 2.7대 1로 해마다 줄더니 지난해엔 2.6대 1까지 떨어졌다. 금년도 각 군 사관학교 지원율이 예년의 절반 정도로 떨어졌고, ROTC의 경우엔 추가 모집을 해야 할 정도이다.

이런 현상은 수년 전부터 감지되었지만, 정부의 대처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근원적인 이유는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가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일정 부분 개인적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명예나 애국심으로 직업군인을 선호했던 앞선 세대와 달리, MZ세대 애국심은 희생에 대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남자는 3년의 병역의무, 여자는 시집살이 3년을 당연하게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세월이 지나고 시대 상황도 크게 변하여 그런 얘기는 추억담이 되어 버렸으니, 희생과 애국심에만 의존했던 지난한 논리는 폐기해야 한다. 1999년 군 가산점 위헌 판결은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병역을 의무에서 보상으로 이해하게 했다. 군 복무가 학업‧경력 단절, 사회 진출 지연 등 개인 희생과 손실이 있는 만큼 급여 인상 같은 보상을 강화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초급장교의 산실인 ROTC의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하게 된다. 먼저 사관생도와 같은 예우를 해야 한다. 즉, 생도 3, 4학년이 받는 품위 유지비를 ROTC 후보생도 받도록 하자. ROTC 후보생은 생도가 받는 품위 유지비의 10분의 1 수준도 안 되는 월 6만 5천 원을 받고 있다. 같은 예비 장교로서 형평성이 맞지 않다. 또한 임관 후 사관학교 출신은 소위 3호봉인데, ROTC나 학사장교(사관후보생, OCS) 출신은 소위 1호봉을 받는 것도 시정해야 한다. 다수의 학사장교는 석·박사 출신도 있는데, 중·대위로 임관하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소위 1호봉으로 시작한다. 이는 전문 분야 경력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장교 인력을 확보하는 데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OCS나 ROTC 후보생을 위한 복지나 혜택이 생도와 같은 수준이 된다면, 초급장교 수급도 용이할 것이고 지원자의 수준도 굉장히 향상될 것이다. ROTC 지원 미달 사태가 앞으로 더 확대되기 전에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ROTC 후보생 수천 명의 품위 유지비를 생도 수준으로 지급하는 예산 마련이 쉽지 않겠지만, 일선 교육청에 과하게 지급되는 교육교부금 활용 방안을 권고한다. 이는 국민적 공감대와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유능한 초급장교들이 군의 기간(基幹)으로서 헌신하고 장차 우리 사회의 기둥이 된다면, 잉여 교육 예산 활용은 선순환 효과일 수 있다. ROTC 후보생은 매주 8시간과 동‧하계 방학을 활용, 12주간의 군사훈련을 이수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들도 육‧해‧공군 사관생도가 받는 혜택만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특정 집단을 너무 홀대하면서 열매만 따 먹는 정책을 당연시했는지 모른다.

이스라엘은 남녀 가리지 않고 병역의무를 진다. 그런데 우리도 이스라엘의 탈피오트(Talpiot)와 같은 국방 과학기술 장교 육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주요 벤처기업은 탈피오트 출신 장교가 전역하면 이들을 영입하고, 이들은 그 벤처기업에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 군대(軍隊)도 군대(軍大)로서 역할을 생각하면서, 대학 출신 장교들이 전공을 살려 군학(軍學) 상생 시스템을 발휘하도록 하자. 또한 지금은 지원자에 한해서만 운영하는 여성 군인의 비율을 더 높이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스페인의 공주로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레오노르가 사관학교에서 3년의 군사훈련을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도 우수한 여성 자원이 국방과 사회에서 그 능력을 더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문화부터 정착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