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예술품을 둘러싼 주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있다면, 그것은 바로 작가의 작업실이다. 작업실은 작가에게 있어 화랑이나 미술관보다 더 중요하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구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했던 작가 다니엘 뷔렌의 말이다. 1971년 33살의 나이에 쓴 '작업실의 기능'에서 다니엘 뷔렌은 작업실의 유형을 유럽형과 미국형의 차이에 대해 설명한다.
전환기 파리의 작업실을 모델로한 유럽형은 우선 높은 천장과 경우에 따라 보는 사람과 작품 사이 거리를 위한 발코니가 있으며, 큰 작품이 나가고 들어 올수 있도록 현관이 넓다. 그리고 조각가의 작업실은 1층에 화가의 작업실은 맨 위층에 있다. 미국형의 경우는 창고를 재활용해 사용하는 경우 유럽형보다 훨씬 넓고 창고가 아닌 경우라도 길이와 폭이 넓다. 벽과 마루공간도 충분하다. 밤낮으로 전기 조명 사용이 가능해 (유럽형에 비해) 자연조명 역할은 없는 편이다.
지금은 작업실의 유형이 많이 달라졌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 역시 1990년대 시작된 국공립 창작스튜디오의 역할로 국내 창작활동을 위한 작업실은 정주형에서 유목형으로 변화해 왔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작가들은 전국의 창작스튜디오를 다니며 단기 및 장기 입주를 통해 전시프로필을 만든다. 그리고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이상을 창작스튜디오 유목민이 되어 작업실을 찾아 이동한다. 이렇게 작업실 유목민으로 창작활동을 하면서 주어진 것은 작업실 뿐 아니라 개인전과 그룹전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평론가를 선택해 자신의 작업에 대한 평론도 만들어 진다.
작가의 작업실은 미술관이나 화랑에서 전시를 위해 작품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차적 장소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기에 작가의 작업실에서 작품을 다른 장소로 옮겨서 전시를 할 때는 전문가의 선행연구가 필요하다. 그것은 개인과 다수 사이에서 예술적 가치를 발굴하고 증가시킬 수 있는 관계망을 통해 예술적 공감대를 높여 작가의 의도와 내용에 맞는 감상이 이루어질 때 창작도 감상도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정주형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면 작품이 쌓여 창작가능한 공간이 점점 좁아지는 것을 본다. 개인전이 있을 때면 작업실을 빠져나간 작품들로 공간이 잠시 넓어졌다가 마치고 돌아온 작품들이 자리를 잡으면 한층 비좁다. 수많은 사람들의 눈빛을 받아 기억을 품은 작품이 다시 작업실로 돌아와 또 다른 곳에서 전시로 이어지면 그 기억들이 쌓여 깊고 넓은 층을 이루면 명화가 탄생할까. 작가의 작업실에서 온전히 독립한 명화의 탄생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쏘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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