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의심 사고' 손자 잃은 할머니, 아들 부부에 무릎꿇고 사죄

입력 2023-10-06 10:31:11

"어머니 모습 보고, 아내와 바다에서 한참 울었다"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연합뉴스

지난해 강원 강릉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아들 도현 군을 잃은 이상훈 씨가 가족의 근황과 사건의 진행 상황을 전했다.

이 씨는 지난 5일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한블리)'에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해 12월 강릉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가 다뤄졌다.

지난해 12월 6일 강릉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도현 군이 타고 있던 SUV 차량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도현 군은 사망했고 당시 운전대를 잡은 할머니 B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돼 경찰조사를 받았다. B씨는 손자가 세상을 떠난 지 300여일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손자를 사망케 한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상태다.

이 씨는 사건 이후 어머니 B씨의 근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어머니가) 외출하실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하셨다. 그래도 외출을 못하고 있다"며 "사람을 만나는 걸 두려워한다. 사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무너지신다"고 전했다.

이 씨는 "올해 도현이 없이 맞이하는 첫 명절에 어머니 집에 갔다"며 "어머니께서 달려 나와서 무릎을 꿇고 미안하다고 사죄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잘못이 없는데 잘못했다고 하고 도현이는 없고, 그 모든 상황이 힘들어서 아내랑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와서 바다로 달려가 말없이 한참을 울었다"고 부연했다.

이 씨 가족은 B씨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씨는 "사고 후 9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어머니는 형사 입건된 상태"라며 "어머니의 잘못이 있다 없다의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한문철 변호사는 국회 계류 중인 이른바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을 언급했다.

도현이법은 피해자가 차량 결함 여부를 입증해야 하는 현행법을 제조사가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씨 가족이 지난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에 5만명이 동의하면서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제조물 책임법(도현이법)이 통과되면 한국에 급발진 사고가 많다는 오해가 생겨 수출 감소로 이어질까 봐 자동차 제조사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급발진 의심 관련) 형사사건은 무죄 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다. 도현이 사건도 할머니는 무죄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