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 축구' 북한의 속사정…"지면 노동단련대 끌려갈수도"

입력 2023-10-04 12:12:21

북한 남자축구 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일본에 패한 뒤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 남자축구 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일본에 패한 뒤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 축구대표팀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며 '깡패 축구'라는 비난을 산 가운데 일본 매체에서 북한 선수들이 과격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석했다. 경기 성적이 부진할 경우 '노동단련대'에 수감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사히 신문 글로벌판은 최근 "북한 축구가 일본에 패한 후 심판에게 달려간 5가지 이유"라는 제목으로 북한 선수들의 과격한 행동에 대해 분석했다.

앞서 북한 남자 축구 대표팀은 지난 1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일본에 1-2로 패배했다.

이날 경기는 내용보다 북한 선수들의 폭력적인 행동때문에 화제가 됐다.

북한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28분 휴식시간 일본대표팀 스태프가 선수들에게 물병을 나눠줬는데, 김유성이 물병을 하나 빼앗았고 스태프를 때리려는 행동을 취했다. 일본 선수들이 항의하자 김유성은 보란 듯이 물을 마시며 노려봤다. 이에 주심은 김유성에게 경고를 줬다.

공을 보지 않고 다리에 태클을 들어가는 등 북한 선수들의 노골적인 반칙도 이어졌다. 북한은 이 경기에서 6장의 옐로카드를 받았다.

패배가 확정되자 북한 선수들은 단체로 주심을 향해 달려가 거세게 항의했고, 김경석은 두 차례나 팔로 주심을 밀쳤다. 관계자들이 나서 심판을 보호하는 등 경기장은 난장판이 됐다. 이에 '깡패 축구'라는 악명까지 얻었다.

신용남 북한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몇몇 선수들이 조금 흥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주심이 공정하지 못했다. 축구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자국 선수들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 신문은 경기 성적에 따라 달라지는 선수들의 대우를 원인으로 꼽았다.

아사히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북한 선수들에게 '천국과 지옥'을 결정하는 중요한 장소였다"며 "선수들은 8강전에서 패하면 다음 국제 대회에 나올 기회를 받지 못할 수도 있고, 노동단련대에 끌려갈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노동단련대는 북한 재판소에서 노동단련형(6개월 이상 1년 이하)을 선고받은 자가 수용되는 곳으로, 수감자는 열악한 쪽방에서 4~5명의 다른 인원과 함께 공동 생활하며 혹독한 강제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아사히는 이어 "노동단련대는 아니더라도, 최소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지며 군대에 가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라며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남겼다면 더 큰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기회가 주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아사히는 축구가 북한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 종목 중 하나며, 북한 내 반일감정으로 인해 일본에 지는 것이 국민 정서상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