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한국 수영 만세'…'황금세대' 앞세워 수영에서 일본 제쳐

입력 2023-09-30 11:58:58

'황선우만 있는 게 아니다', 단체전서도 맹위
금 6개로 일본(5개) 제치고 중국 이어 2위
단체전서만 메달 6개 수확한 것도 큰 성과
총 22개 메달 획득해 AG 역대 최다 메달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계영 800m 자유형 결승에서 1위를 차지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계영 800m 자유형 결승에서 1위를 차지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과 일본은 아시아 수영 강국이다. 선수층이 두텁고 저변이 넓다. 세계 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특히 중국은 빠르게 성장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쓸어 담는 등 실력을 과시 중이다. 그 틈을 비집고 한국 수영이 질주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동안 한국 수영은 중국과 일본의 위세 눌렸다. 먼저 앞서 나간 건 일본. 올림픽에서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다인 24개의 금메달을 땄다. 중국(16개)보다도 많은 숫자다. 후발 주자 중국은 일본을 넘어섰다. 이번 대회 수영 경영이 진행된 첫날 9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지유찬이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50m 자유형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유찬이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50m 자유형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데 경영 종목이 열린 둘째 날, '이변'이 일어났다. 환호하던 중국 관중을 침묵시킨 건 한국의 지유찬(대구시청). 남자 자유형 50m에서 대회 신기록(21초72)을 세우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전날 자유형 100m 우승자 판잔러(중국·21초92)를 3위로 밀어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대회 3관왕에 오른 김우민이 29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서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대회 3관왕에 오른 김우민이 29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서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놀라운 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한국 남녀 선수들은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잇따라 메달 소식을 전했다. 취재진 사이에서도 '도대체 지금 몇 개 딴 거냐', '아직 더 딸 게 남았느냐'는 얘기가 오갈 정도. 금·은·동메달을 가리지 않고 낭보가 이어졌다.

29일 여자 400m 혼계영을 끝으로 이번 대회 수영 경영 경기가 마무리됐다. 합산 결과는 놀라웠다. 한국은 금메달 6개를 수확하면서 금메달 28개를 딴 중국(은 21, 동 29)에 이어 일본을 제치고 수영 종목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금메달 5개(은 10, 동 15)를 건지는 데 그쳤다.

27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 출전해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한 황선우와 이호준이 경기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 출전해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한 황선우와 이호준이 경기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수영 경영 역사상 한국이 일본보다 많은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 멀게만 보였던 2위 자리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저변에서 아직 차이가 큰 걸 생각하면 기적같은 일이다. 한때 박태환으로 웃었고, 김서영으로 겨우 자존심을 지켰을 뿐인데 새 역사를 썼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역대 단일 대회 최다인 금메달 6개(종전 최고 성적은 2010년 광저우 대회 4개)를 거머쥐었다. 은메달 6개와 동메달 10개를 더해 모두 22개의 메달을 획득, 역대 단일 대회 최다 메달 기록도 세웠다. 종전 최다 메달 기록은 2006년 도하 대회 때의 16개다.

대한민국 남자 계영 대표팀이 28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 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계영 800m 결승 경기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호준, 양재훈, 김우민, 황선우. 연합뉴스
대한민국 남자 계영 대표팀이 28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 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계영 800m 결승 경기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호준, 양재훈, 김우민, 황선우. 연합뉴스

단체전에서 보여준 활약은 이번 성과를 더욱 의미있게 만든다. 단체전은 한두 명의 선수만 잘해선 성적을 내기 어렵다. 여러 선수들이 고른 기량을 갖춰야 경쟁력이 있는 종목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단체전에서만 6개의 메달(금 1, 은 3, 동 2)을 따냈다.

한국 수영의 에이스는 대회 전부터 주목받던 황선우. 기대대로 메달 6개(금 2, 은 2, 동2)을 거머쥐는 위용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선배 박태환과 달리 외롭지 않다. 그와 함께 '황금세대'라 불리는 동료들이 있어서다. 그들과 함께 남자 800m 계영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올라 중국의 자존심을 꺾었다.

은메달 1개와 동메달 3개를 따낸 한국 여자 수영 간판 김서영(경북도청)은 "선수들 사이에서 세계 수영 무대에 대한 목표 의식들이 굉장히 커졌다"며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친구들이 있다 보니 그들을 보면서 성장하는 선수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시너지가 생겨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셈"이라고 했다.

27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이호준이 시상대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이호준이 시상대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은·동메달을 하나씩 목에 건 이호준(대구시청)은 "선수들 모두 가족처럼 친근하게 지내 잘 뭉친다"며 "도쿄 올림픽 때 (황)선우의 활약은 귀감이 됐다. 그게 좋은 영향을 줬다. 다들 가능성을 믿으면서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