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한 도서관 대출 1위 '아몬드', 사서들이 꼽은 아몬드의 매력은?

입력 2023-09-28 06:00:00

국립중앙도서관 대출 도서 1위
베스트셀러 등극, 20여개국 수출
대구시내 도서관서도 뜨거운 대출 열

손원평 지음 / 다즐링 펴냄
손원평 지음 / 다즐링 펴냄

6년 전 출판됐음에도 아직도 각종 도서관 부동의 대출 1위 자리를 차지하는 책이 있다.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다.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한 소년 '윤재'의 특별한 성장기를 담은 이야기다. 윤재는 어느 날 비극적인 사고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던 할머니와 엄마를 잃지만 큰 감정의 동요가 없어 곱지 않은 주변의 시선을 받는다. 사람들은 윤재의 다름을 이상함으로 치부해 '괴물'이라고 부르지만 윤재는 친구 곤이와 도라를 만나며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감정을 나누며 성장해나간다.

아몬드는 지난달 8월 국립중앙도서관은 책이음서비스 14주년을 맞이해 발표한 운영 현황에서 전국 책이음 회원 대출 도서 1위로 꼽혔다. 아몬드의 대출건수는 출판 후 올해까지 약2억7천500만건에 달하며 출간 5년만에 100만부가 팔렸다. 베스트셀러 등극에 이어 영미, 유럽권, 일본,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20여개국에 번역, 수출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대구시내 각 도서관에서도 '아몬드' 대출 열기는 뜨겁다. 각 도서관은 10여권의 아몬드 책을 구비해뒀음에도 대출 예약은 늘 꽉 차 있는 이른바, 예약 전쟁이 한창이다.

조여주 범어도서관 종합자료실 사서는 "우리 도서관에 있는 책 5권이 지난해 약 100회 이상 이용자에게 읽혔다. 자료실 현장에 근무하면서 도서 대출, 예약,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해 신청이 무수히 들어온다"고 했다.

무엇이 '아몬드' 열광을 이끌었을까. 아몬드를 향한 독자들의 열광 이유를 대구시내 도서관 사서에게 물어봤다.

사서들은 아몬드 인기의 이유로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해진 공감 불능인 현 시대에 딱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을 짚었다. 표현에 서툴고, 타인과 교류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아몬드의 이야기는 위로가 된다는 것이다.

정소라 범어도서관 사서는 "우리 주변에서도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소통의 부재로 공감과 자신의 감정표현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 듯하다"라며 "아몬드는 문장의 강력한 흡입력은 물론 소통을 어려워하던 윤재가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주인공의 성장에 나를 이입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내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몬드를 읽으며 자신도 모르게 뜨끔한다는 이들도 있다. 소설 속 윤재의 심리를 따라가다 마치 윤재와 닮은 자신의 내면 속에 축적된 불안정한 심리를 마주하면서다. 스스로 몰아붙이면서 힘겹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삶을 되돌아하게 만드는 것도 아몬드의 매력이다.

안윤모 사서는 "'아몬드'라는 작품은 자신도 모르게 축적되고 있던 어떤 불안정한 심층심리를 시의적절하게 끄집어낸다. 물체의 뾰족한 끝부분처럼 스스로를 예리하고 매섭게 몰아붙여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사람에 대한 공감과 삶에 대한 생각을 되돌아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아몬드는 대표 청소년소설로 분류된다. 청소년이 읽기 좋은 책이지만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부모들도 큰 울림을 받아간다.

바로 '평범함'에 대한 가치를 깨달아가면서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의 엄마는 윤재가 눈에 띄지 않도록 평범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이후 윤재의 삶이 평범하게 흘러가지 않으면서 책은 '평범함이라는 것은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서효봉 구수산도서관 담당자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자식에게 바라는 점이 많지 않나. 내 아이가 영재였으면 좋겠다 싶다가 어느 정도 지나면 그저 평범하기라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가진다"라며 "아몬드를 통해 평범하게 사는 게 더 힘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부모들이 이점을 놓치고 사는 게 아닌가 싶었다.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아주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모님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