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인천, 울산, 그리고 원주. 이 도시들에는 공통분모가 있으니, 그건 바로 가까운 미래에 오페라하우스를 품게 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우수한 공연예술을 선보여 시민의 문화 욕구를 충족하고, 문화적 불균형을 해소하며 나아가 예술인의 고용 안정까지 도모할 수 있다. 도시의 랜드마크로서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등의 건립 추진 이유 역시 어슷비슷 닮았다. 갑자기 여러 지역에서 앞다퉈 오페라하우스를 건축하겠다니, 마침내 '오페라'가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섰다는 반가운 신호일까. 오페라하우스라는 이름이 마치 일류 문화도시를 장식하는 왕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의 오페라하우스 건립 붐은 한편, 개관 20주년을 맞은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위상이 새로이 부각되는 계기로도 작용하였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지난 20년 동안 대한민국 유일의 오페라 제작 극장으로서 명실공히 대한민국 오페라의 허브 역할을 해오지 않았던가. 해마다 열 편 이상의 오페라 작품을 선보였고, 그동안의 누적 관객 수가 200만 명 이상으로 기록된다. 베르디며 푸치니, 모차르트의 웬만한 작품들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고, 최근에는 유럽의 유명 극장에서도 쉽지 않다던 바그너 작품 '니벨룽의 반지' 네 편을 전부 공연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전석 매진 사례도 적잖이 등장했으며, 간혹 외지 손님이 관객의 절반에 육박하기도 하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애호가들 사이에 전설처럼 회자되는 감동의 순간들도 켜켜이 쌓여 지워지지 않는 사진처럼 저마다의 가슴에 남아 있다. 향후 개관하게 될 후발 주자들이 따라잡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이 역사성 또는 '시간의 힘'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 부모의 손을 잡고 극장을 찾았던 이들이 성인이 되어 다시 찾아오는 사례는 오히려 흔하다. 관객도 진화하는 것인지, 대구오페라하우스 관객은 종종 연주자들로부터, 전문가들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한다. 진정 공연을 즐기며, 교감하고, 객석의 에너지를 무대로 전할 줄 아는, 그리하여 더욱 감동적인 공연으로 이끌어 내는 일등 관객들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대구에서만큼은 이미 시민들의 일상에 오페라가 잇닿아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삶에 예술이 연계되어 있다는 것은 개인적인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더 큰 단위의 '우리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소위 글로벌 시대, 도시의 역동적 성장 발전의 힘이 구성원의 상상력과 창의성에 있다고 했을 때, 특히 미래 세대의 감수성 향상을 위해서라면 단연 필요한 것은 훌륭한 문화예술적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제 와 가장 대표적인 종합예술 오페라를 담는 그릇인 오페라하우스가 경쟁적으로 건축되는 이유가 짐작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비록 오페라를 제작하여 무대에 올리는 과정이 보다 대중적인 여타 장르에 비하여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하여도 말이다.
10월이다. 시민의 일상과 예술이 가까워질 수 있는 시기가 또 한 번 다가온다. 대구 시민 예술 충전 프로젝트라고 할까, 스무 번째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머지않아 그 화려한 막을 올릴 예정이다. 오페라하우스가 근거리에 존재한다는 것, 취향에 맞는 공연을 선택하여 즐길 수 있는 축제가 펼쳐진다는 것은 대구 시민이 누리는 또 하나의 문화적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꽤 먼 곳에서 극장을 찾은 관객이 부러움을 담아 임팩트 있게 표현해 주었다. 이런 게 바로 '대구의 문화복지'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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