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떼어내 전시장 속으로…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남춘모 초대전 ‘From Lines’

입력 2023-09-15 09:40:01 수정 2023-09-18 20:04:36

9월 14일부터 12월 14일까지
드로잉, 조각, 회화 등 신작 선보여

남춘모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로비 전경. 대구보건대 제공
남춘모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로비 전경. 대구보건대 제공
남춘모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4전시실 전경. 대구보건대 제공
남춘모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4전시실 전경. 대구보건대 제공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이 남춘모 작가의 초대전 'From Lines'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어디서도 시도된 적 없는 새로운 방식의 대형 설치 작품을 포함해 드로잉, 조각, 회화 등 80여 점의 신작들이 대형 로비와 5개의 전시실을 채운다.

최근 전시실에서 만난 남 작가는 "인당뮤지엄은 전시실 층고가 높고 낮거나, 직사각 또는 정사각의 다양한 형태인 데다 전시실 간 동선도 길다"며 "전시 구성을 하는 게 마치 시험 문제지를 받아 든 기분이었다. 단번에 풀어낸 것도 있고, 마지막까지 어떤 작품으로 채울지 고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땅과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 농사를 짓던 아버지를 도와 돌을 걸러내고 잡초를 뽑았던 고향 영양 산비탈의 고랑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기존 작품에서 보여왔던 고랑 형태에서 더욱 근원적인 개념으로 깊게 파고든 형태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고랑이 일궈지기 전의 땅과 지구, 나아가 우주 행성 본래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 대형 작품들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2전시실을 채운 작품 'Beam'은 기존에 캔버스를 채우던 'ㄷ' 모듈이 확장된 형태다. 벽면에 설치된 가로 3m 크기의 모듈 35개가 25m가 넘는 긴 벽을 채워, 광활한 대지의 시원한 기운과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From Lines'도 눈에 띄는 작품이다. 회화 같기도, 조각 같기도 한 이 작품은 땅에 합성수지를 발라 굳혀 땅을 캐스팅하듯 떼어낸 뒤 색을 더했다.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땅의 자연스러운 굴곡과 흙냄새까지 그대로 작품에 담았는데, 이 작업은 작가가 20년 전 청도에 있는 폐교를 작업실로 사용할 때부터 구상하고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왔던 것이다.

작가는 "작가의 길로 처음 접어든 20대에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고민했고, 작가로 40년을 산 지금은 스스로에게 '나는 어디서 왔는지'에 끊임없이 되묻곤 한다"며 "이처럼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대지, 땅에서 찾아냈다"고 말했다.

남춘모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5전시실 전경. 대구보건대 제공
남춘모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5전시실 전경. 대구보건대 제공
남춘모 작가. 대구보건대 제공
남춘모 작가. 대구보건대 제공

5전시실에는 가로·세로 약 2m50cm 크기의 'Spring-Beam'이 설치됐다. 입체의 선들을 겹쳐 만든 격자 무늬 작품으로 전통 가옥의 문살을 연상케 한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전시실과 광목천을 사용한 작품이 만나, 빛이 창호지를 통해 내부로 들어올 때 느낄 수 있는 따뜻함과 포근함도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처음 선보이는 점 형태의 드로잉과, 스틸 소재에 페인팅한 천을 감은 입체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오랫동안 선을 드러냄으로써 선 자체에 대한 얘기를 해왔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작업들로 나아가는 동시에, 캔버스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작업을 많이 선보였지만, 새로움은 사실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저 어린 시절 묵묵하게 산비탈에서 농사를 짓던 아버지의 모습처럼 농부의 마음으로 늘 성실하게 작업해나가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14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일요일은 휴관이다. 053-320-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