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M] “저희는 남들의 시선 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그든요? 타투하면 기분이 좋그든요”

입력 2023-09-12 11:30:47 수정 2023-09-12 18:34:20

“가치관이나 개성 담은 동물, 도형 등 새겨
예쁜 옷으로 나를 꾸미듯 개성 표현하는 수단”
“상처를 타투로 가리는 등 인식 변하고 있어”

A씨가 팔에 새긴
B씨가 팔에 새긴 딸기 타투.
A씨가 팔에 새긴 '다해' 타투.
B씨가 팔에 새긴 딸기 타투.

크흠흠. '엠-제트 세대 이대로 괜찮은가'의 에메멤 기잡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특색을 정의할 수 없는 21세기 첨단 신세대. 우리는 이들을 '엠-제트 세대'라고 부릅니다. 최근 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 중 하나가 바로 타투(Tattoo·문신)인데요오. 엠-제트 세대에게 타투는 단순히 몸에 그리는 멋내기용 액세사리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이들은 타투를 통해 폭발하는 자유분방함과 자신만의 개성, 특색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맞춤법상 '~거든요'가 맞으나, 요즘 유행하는 서울 사투리의 맛을 살리고자 '~그든요'로 표기합니다.)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거그든요"

엠-제트 세대들은 대체 왜 이렇게 타투를 하는 것일까요? 에메멤 기자가 직접 거리로 나가 젊은이들에게 그 연유를 물어보았습니다.

"어이쿠, 머리카락인 줄 알았는데 타투군요. 두피 타투라니. 아프지 않았습니까?"

헬스 트레이너 A(26) 씨: "제가 헤어스타일을 좀 바꿔보려고 옆머리는 싹 밀고 머리 위쪽만 남겨두고 길렀그든요. 근데 옆머리가 허전해보여서 타투로 채워보자고 생각을 했어요. 좀 더 남성성을 강조하고 싶었걸랑요. 두피 타투는 흔하지 않으니 나만의 개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해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어요."

"이 타투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A씨: "이건 폴리네시안 타투예요. 폴리네시아에서는 정체성과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독특한 문양을 몸에 새긴다고 하그든요. 타투가 곧 지위와 남성성을 상징한다고 하더라구요."

"이 젊은이는 또 팔에 딸기를 주렁주렁 달고 있습니다. 이건 뭡니까?"

이신정(27) 씨: "별 의미는 없그든요. 예전부터 성인이 되면 타투를 하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타투이스트를 발견해서 바로 하게 됐어요. 과일 중에 딸기를 제일 좋아해서 예시 도안 중에 딸기 도안을 선택했어요. 타투가 드러나는 반팔을 입고 거울에 비춰볼 때 약간 기분이 좋아요. 모르는 사람들도 지나가다가 타투가 예쁘다고 칭찬해준답니다!"

"(끄덕끄덕) 역시 거침 없는 엠-제트 세대들이군요. 얘기를 좀 더 들어보겠습니다."

B(26) 씨: "인스타그램으로 찾아보다가 타투가 예뻐보여서 했어요. 요즘 주변에 타투한 사람들이 워낙 많잖아요? 제 타투는 가족들의 탄생화와 도형 모양인데, 탄생화 말고는 별 의미가 없그든요. 친구도 최근에 손으로 바늘을 콕콕 찍어 자연스러움을 살린 '핸드포크' 타투를 했는데, 그냥 마음에 드는 모양이라서 해본거래요."

C(29) 씨: "제 팔뚝에는 나침반이, 등에는 고래가 있어요.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가치관을 표현하고 싶었걸랑요. 옆에 이 친구는 팔에 제비가 있어요. 제비가 행운을 상징한다고 하잖아요~? 좋은 의미인 것 같아서 새겨봤대요."

류주형(31) 씨: "허벅지에 두꺼비 타투를 했어요. 멋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한 건 아니예요. 반바지를 입어도 보이지 않죠. 나의 만족을 위한 거예요. 두꺼비는 예로부터 의를 상징한다고 하그든요. 그리고 독두꺼비처럼 독기를 품고 이 세상을 살아가겠다. 그런 의미도 담고 있어요. 그리고 제 친구는 어깨에 선악을 판단하는 수호신인 해태를 새겼어요. 의미가 꽤 멋있지 않나요?"

◆"타투했다고 나쁜 사람 아니그든요"

네. 어엿한 성인으로서, 저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타투를 하지만 여전히 기성세대들의 눈초리는 피하기가 힘듭니다. 저기요 젊은이, 타투를 해보니 어떻습니까?

D(26) 씨: "아무래도 어른들이 싫어하세요. 할머니댁 갈 땐 부모님이 무조건 타투를 가리는 옷을 입으라고 하시그든요~ 교수님들도 타투를 보시곤 '그래서 어떻게 취직할래'하고 걱정하세요. 실제로 옷 매장에 취직하려던 제 친구는 타투 때문에 손님들이 거부감을 느낀다며 안된다는 소리를 들었대요. 너무 눈에 보이는 타투는 아무래도 아직은 직장을 구할 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어요."

E(27) 씨: "제 얘기 좀 들어보셔요! 저는 소개팅을 받기로 했는데 상대방이 제가 문신 있다고 거절하더라구요. 절 날라리처럼 보던데요. 저도 공적인 자리에서는 예의를 갖추고 싶어 되도록이면 타투가 안보이게 긴 소매를 입는다구요."

하지만 엠-제트 세대는 아직 할 말이 많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예쁘고 멋있는 옷을 사서 본인을 꾸미듯이 타투도 본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패션 수단이라는 겁니다. 아니, 패션 수단을 넘어 이제는 삶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예술 작품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데요.

자 다음 코너에서 타투에 대한 심층적인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죠. 스튜디오에서 뵙겠습니다.

◆"타투, 심신의 상처도 치유하그든요"

안녕하세요. 에메멤 기자입니다. 이번 시간엔 대구에서 활동 중인 타투이스트 2명을 모시고 '두분 토론' 한 번 진행해보겠습니다.

먼저 수성구에서 타투숍을 운영하는 F(27) 씨 나와주셨습니다. 최근 들어 문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까?

"네 꽤 많이 오세요. 요즘은 일러스트 느낌의 블랙워크 장르가 인기 짱이그든요! 말 그대로 검은색으로 다양한 그림을 표현하는 거예요. 때로는 심플하게, 때로는 깊이 있는 느낌을 낼 수 있어요."

여성 타투이스트 G(26) 씨도 한 말씀 해주시죠.

"최근 약 5년 전부터 감성타투(finetattoo)가 매우 유행하게 됐어요. 선이 굵고 진한 타투보단 아무래두 접근하기 쉽겠죠~? 가리고 싶은 상처를 커버하시는 분,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 의미있는 타투를 새기시는 분, 그리고 단순히 예쁜 타투를 새기시는 분 등 매우 다양한 분들이 찾아오세요.

연령대도 다양해요. 20대부터 50대, 많게는 60대도 있으시그든요? 20대 딸과 40대 엄마가 같이 오거나 자매끼리도 와요. 꽃이나 나비도 많이 하시구요, 가족 탄생화나 별자리, 반려동물도 많이 새기고 가는 것 같아요."

혹시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을 왜 선택한겁니까? 네, G씨?

"옛날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타투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우연히 타투를 접한 뒤 매력을 느껴 타투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죠. 무엇보다 고객의 몸이 액자가 돼서 내 작품을 전시한 채 거리를 활보한다고 생각하면 어떤 희열 같은 것도 좀 느껴져요."

"저는요~ 처음엔 고객들에게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을 그들의 몸에 새겨주는 게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었그든요. 고객들의 삶, 정체성을 도안으로 표현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도 생각해요."

그렇군요 F씨,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입니까?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요? 음… 살다보면 사고들로 인한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생길수 있어요. 지우기엔 너무 깊은 상처를 타투로 가림으로써 아름다움으로 승화할 수 있고요. 그래서 저는 주로 꽃이나 나비처럼 아름다운 그림들로 상처를 치유해드리고 있고, 손님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예요!

그 중에도 기억에 남는 작업은 다쳐서 한쪽 손톱이 없으신 분께 손톱을 그려드린 적이 있어요. 손님도 너무 만족하시고 저도 그 일로 인해 타투로 이런 것까지 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던 작업이었어요."

흠, 제가 생각했던 타투와는 많이 다른 얘기를 들려주시는군요.

"조폭이나 불량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치관과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걸랑요. 옷을 사는 것과 같달까? 자기 개성이 강한 시대이기도 하고, 최근에 인기 많았던 쇼미더머니 등 힙합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타투를 한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네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여러분. 오늘 거리에서, 또 스튜디오에서 만난 분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바로 '내 마음에 들면 장땡', '후회 따위는 개나 줘버려'였습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보다 자기 만족을 위해, 개성과 가치관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 잡은 타투. 그동안 "아휴 저게 뭐야 흉하게"라고 삐딱하게만 바라보지 않으셨습니까? 이제는 무슨 생각으로 타투를 한 걸까, 저 타투에 담긴 얘기는 무엇일까 하고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쯤 되면 나도 타투해볼까? 하는 생각, 가질만합니다. 혹시 그런 생각 하는 분들을 위해 타투이스트 박 씨가 팁을 남겨줬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팁들 살펴보면서 오늘 뉴스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통증을 느끼는 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보통 살이 없거나 뼈에 가까운 부위일수록 아프그든요? 충분히 사례를 찾아보고 상담해본 뒤 시술 하시면 좋겠어요.

▶세월이 지나면서 어떤 사물이나 텍스트에 담긴 의미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가 바뀌어도 부담스럽지 않을 소재를 하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타투가 쉽게 질릴 수도 있습니다. 원하는 부위가 확실하지 않다면 쉽게 노출되지 않는 부위를 추천합니다. 쉽게 노출될수록 어울리는 옷, 장소, 때에 제한이 많아집니다!

▶몸에 여러 타투가 있는 제가 여태 느낀 점은, 살아가면서 모르는 사람에게조차 불편한 평가와 시선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자기만의 기준으로 정한 타투를 받는 게 좋습니다. 자기만의 시선으로 예쁘고 의미 있는 것을 새겨야 누군가가 그것에 대해 평가했을 때 상처 받지 않고 온전히 자기 것으로서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