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거점 국립대 총장협의회 "과학기술특성화대학 내 의전원 설치, 국가 예산 낭비" 우려

입력 2023-09-11 17:05:01

"과기특성화대학 성공 모델인 '선택과 집중' 전략 퇴색할 우려"
"의사과학자 양성, 기존 의학교육 활용하는 방식으로 가야"

국가거점국립대학교 총장협의회가 지난 6일 울릉군에서 개최됐다. 국가거점국립대학교 총장협의회 제공
국가거점국립대학교 총장협의회가 지난 6일 울릉군에서 개최됐다. 국가거점국립대학교 총장협의회 제공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과 포항공대에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을 설립하려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전국 국립대 총장들이 우려의 뜻을 표하고 나섰다.

국가거점 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회장 차정인 부산대 총장, 이하 협의회)는 지난 6일 경북대학교 주관으로 울릉군에서 '2023년 제5차 정기회의'를 개최했다고 11일 밝혔다.

협의회는 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서울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 등 전국 10개 국가거점 국립대들의 협의체다.

이날 협의회는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 의전원을 설치할 경우 이들의 성공모델인 '선택과 집중' 전략이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의회는 "이들 대학에 의전원을 설치하면 ▷부속 대학병원 설립 등에 따른 천문학적인 국가예산의 중복투자와 낭비 우려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간 소요 ▷의사 국가고시 관련 의료법 개정의 불가피성과 이에 따른 파장 등 치유 불가능한 국가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협의회에 참석한 총장들은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문어발식 확장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는 "일례로 미국 최고의 공대인 MIT가 과학과 기술 분야에 지속적으로 집중해 의대 설립 없이 하버드대 의대와 협업을 했고, 코로나19 백신 등 의과학기술의 세계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낸 것도 이런 통찰과 맞물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의사과학자 양성 정책의 패러다임은 이미 구축된 의학 교육 및 의료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협의회는 "과기특성화대학의 '소프트웨어'와 국가거점 국립대학이 보유한 '하드웨어'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체계를 구축한 뒤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결합된다면 의사과학자 양성 체계의 고도화는 물론 관련 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공학과 의학의 융합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하버드-MIT HST(Health Science Technology) 교육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한국형 모델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새로운 바이오·디지털 헬스 클러스터의 성공적인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