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칼럼] 정율성은 북·중 우호 상징이다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낯설다. '정율성'이라는 이름의 음악가는 물론이고, 광주시의 정율성 공원 사업 논란도 우리에게는 느닷없는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주 오래전부터 광주에서는 광주를 빛낸 최고의 위인으로 중국 '공자학원' 후원으로 중국인 '쩡뤼청'(郑律成)을 기리는 음악회와 추앙 사업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이다.
한국인 정율성이 아닌 중국인 쩡뤼청을 광주가 소중히 여기는 것은 그의 고향이 광주라는 이유 하나밖에 없는 것 같다. 일본 식민지 치하였던 당시 쩡뤼청은 광주를 떠나 중국으로 건너가서 중국공산당에 입당, 중국을 조국으로 삼아 평생을 살았다. 해방 후 북한 정권이 들어서자 입북해서 북한 인민군가를 작곡해 주고 북한이 '남조선 해방전쟁'이라고 지칭하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적화통일을 독려하는 '나팔수'로 참전, 노래를 통해 북한 인민군과 중국 지원군 독려에 나섰다.
그가 작곡한 '팔로군 행진곡'은 중국 인민해방군 공식 군가로 격상됐고 1966년까지 북한 인민군가로 사용된 '조선 인민해방군가'도 작곡했다. 그의 음악적 성취로 나열되는 '옌안송'(延安頌)과 '중국 인민지원군 행진곡' '공화국 기치 휘날린다' '우리는 탱크부대' '전사의 맹세' '지원군 10찬(讚)' '장정' '강대한 함대 바다에서 행진한다' '초록빛 조국' '청평악-육반산' '포정함대 출동했다' 등은 모두 선전선동을 목적으로 하는 군가(軍歌)다. 음악에 문외한인 필자가 보기에도 그의 군가는 세계적인 음악가의 성취라기보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선전선동 도구로 보인다. 그중 '청평악-육반산'은 중국 대장정에 나선 마오쩌둥(毛泽东) 주석을 찬양하는 곡이다.
그가 일제 식민 치하 조선을 벗어나 형제들을 따라 중국으로 가서 중국공산당에 입당해서 활동했지만 독립운동가로서의 구체적인 행적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의 중국인 아내 딩쉐쑹(丁雪松)이 그의 사후 쓴 〈작곡가 정율성〉이라는 책을 통해 밝힌 의열단원으로 비밀 공작을 했다는 기술뿐이다. 중국공산당은 '혁명 음악의 대부'라는 칭호를 수여하고 당과 인민해방군을 위해 활동한 공로를 인정, 그를 중국 혁명 열사들이 가장 명예롭게 여기는 베이징의 '빠바오산(八宝山) 혁명열사릉'에 안장하는 등 극진하게 예우했다.
그는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작곡한 녜얼(聂耳), '황허(黃河) 대합창'의 선싱하이(詵星海)와 함께 '신(新)중국 3대 음악가'로 꼽힌다. '신중국 건국 60주년'이 된 2009년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부인은 신화통신 첫 평양 주재 특파원을 지냈고 후에 네덜란드 대사 등으로 나가 중국의 첫 여성 대사로 맹활약한 바 있다.
중국 포털 '바이두'(百度)는 "쩡뤼청은 중국의 걸출한 작곡가이다. 또한 유명 국제주의 전사이다. 그중 '인민해방군 행진곡'은 순박하고 간결한 언어와 울림이 있으면서도 힘 있고 장엄하고 호방한 곡조를 담고 있다. 인민군의 무한한 전투 품격과 산이 첩첩이 줄을 서고 바다를 뒤집는 기세를 보여준다"고 소개하고 있다.
쩡뤼청은 음악가라기보다는 중국 혁명의 선전선동 도구로 음악가로서의 재능을 활용하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2022년 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미화한 영화 〈경계인〉이 국내에서 제작·개봉됐다. 식민지 조선의 광주에서 태어나 중국에 건너가서 중국공산당에 입당, 항일운동을 하다가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6·25전쟁이 발발하자 참전, 북한 인민군과 중국 인민해방군의 '남조선 해방전쟁'을 독려한 그의 삶이 한국과 북한, 중국을 오간 '경계인'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를 '경계인'으로 미화할 수는 없다. 해방 후 잠시 북한에서 일했지만 그의 조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이었고 신중국 최고의 혁명 열사로 중국 인민의 추앙을 받는 그를 우리가 추앙할 이유를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 중국 최고의 음악가라는 명성은 중국 공산당의 선전선동에 도움이 된 300여 곡을 작곡, 신중국 건국에 이바지한 혁명가라는 타이틀의 다른 명분일 뿐이다.
그를 잘 알지 못한 채, 시진핑 중국 주석이 2014년 밝힌 '한·중 우호의 상징'이라는 말에 혹(惑)해서 시작한 일이라면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쩡뤼청은 음악으로 북·중 우호에 기여한 남한 출신 한 공산주의자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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