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 경제인을 만나다] <30>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이사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 눈앞…1회 투여로 약효 오래 유지"

입력 2023-09-08 13:36:27 수정 2023-09-09 21:31:09


약물전달기술의 고도화 구현…부작용 줄이고 안전성은 향상
만성질환자 복용 편의성 높여…인체의약품 기술 수출 박차
이미 7건 349억원 규모 계약…탈모·치매 치료제도 임상 중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 각광…"일단 저질러야 성공으로 갈 수 있어"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이사는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이사는 "융합기술 형태의 고도화 기술을 바탕으로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해 글로벌 기술 수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만성질환을 달고 사는 이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기업이 있다. 최근 주가 고공행진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바이오벤처 인벤티지랩. 약물을 매일 복용하거나 주사하지 않고, 몇 개월에 한 번만 투여하면 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는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이사는 기술의 한계와 단점을 극복한 융합형태의 고도화 기술 구현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올해 글로벌 기술 수출의 성과를 구체화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고향 후배들을 향해서는 "무엇을 할까 고민이나 갈등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라"며 "저지르고 나면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신뢰와 응원의 메시지를 발신했다.

-먼저 인벤티지랩을 소개해달라.

▶자체 구축한 마이크로플루이딕스(Microfluidics) 기반 약물전달기술(Drug Delivery System·DDS)을 연구·개발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유전자 치료제의 전달체인 LNP(지질나노입자)를 개발·제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개량신약 등으로 제품화 허가도 경험하고, 글로벌 라이선스를 따내고, 국내 탑티어(일류) 제약사들과는 사업화 실적을 이루고 있다.

-인벤티지랩의 경쟁력은?

▶고도화 기술로 만들면 보통 매일 매일 시간에 맞춰 먹어야 하는 만성질환자의 복용 편의성과 약효를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부작용을 줄이면서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컨셉의 기술을 개발해 인정받고 있다고 자부한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로는 1·2개월 제형의 당뇨·비만 치료제 등이 있다. 주 1회 제형인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보다 약효가 오래 유지되는 만큼 초기 개발 단계임에도 국내 대형 제약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고, 기술이전을 논의 중이다. 핵심 역량은 독보적인 제제화·대량생산 기술의 확립·GMP(우수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실적 구축 등이다.

-대표 제품은?

▶현재는 대부분 개량신약 개발 전략 아래 난용성 및 특정 펩타이드 약물에 한정된 제형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1~6개월 간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는 개념이다. 마이크로스피어의 품질 고도화로 방출을 제어하여 효능을 넓히는 반면 부작용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성형 탈모는 물론 치매·약물중독·당뇨·비만·전립선비대증과 함께 동물의약품으로 심장사상충 예방·화학적 거세제가 있다.

김주희 대표가 널찍한 휴게 공간을 배경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집 보다 사무실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직원들을 위해 사무실 한 가운데 만든 게 눈에 들어온다. 이무성 객원기자
김주희 대표가 널찍한 휴게 공간을 배경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집 보다 사무실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직원들을 위해 사무실 한 가운데 만든 게 눈에 들어온다. 이무성 객원기자

-IPO(기업공개)로 무엇이 달라졌나?

▶시장 상황이 불확실하긴 했는데 승부수를 던졌다. 상장한 뒤 사업화할 위치나 조건이 훨씬 유리해졌다. 이제 보다 적극적으로 회사 운영과 사업을 펼칠 기회가 왔다. 화려하지 않은 대신 착실하게 쌓아온 성과를 시장에 잘 소개하고 설득해 가치 평가를 받았다고 느낀다.

인벤티지랩은 최근 2개월 사이 주가가 3.3배 뛰면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30일 까지만 해도 8천~9천 원 사이의 주가가 최근에는 2만원대 후반대로 2배 이상 상승하며 최고점을 찍었다. DDS 플랫폼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술 수출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상장 당시 공모가가 최고 희망가보다 54% 낮은 1만2천 원에 결정된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나 다름없다. 증권시장과 벤처업계에서는 치매치료제의 호주 임상1상/2상 진입과 국내 탑티어 제약사와 비만치료제 기술이전계약 체결 전망 등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김 대표는 "기존에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한 30년 넘게 오래된 기술이지만 굉장히 어려운 분야"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추구하는 건 예전 기술의 한계를 가져가는 게 아니고, 그 기술이 가지고 있던 단점을 극복하여 이 분야 자체의 규모를 키우는 것, 융합기술 형태의 고도화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다크호스가 아니라 대세주로 입지를 굳혀가는 인벤티지랩 경쟁력의 원천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중장기적인 계획은?

▶1~2년 내 인체의약품의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미 7건 총 349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다만 2020년, 2022년 프랑스 소재 글로벌 제약사로 동물의약품이 기술 수출된 사례가 있지만 아직 인체 대상 의약품으로 해외 제약·바이오기업과 맺은 기술이전 계약은 없다. 이제 아쉬움을 털어내고자 한다. 기술이전 외 임상개발에서는 남성형 탈모치료제의 임상 3상 진입, 치매치료제의 임상 1상/2상 결과 발표, 마약·알코올 치료제의 임상 1상 진입 등이 있다.

-해외 공략 구상을 듣고 싶다.

▶개량신약 개발하는 게 있고, 5~6가지 정도의 신약도 다른 회사들과 같이 하고 있다. 자체 개발 신약인 자가면역질환 신약은 최근 희귀의약품으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정되는 성과를 냈다. 다음 순서는 빅 파마(제약바이오 의약 개발에 집중하는 연매출 150억 달러 이상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딜이다.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하고, LNP 기술을 매개로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지난 7월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컨퍼런스(AAIC 2023)에 참가해 개발 중인 장기지속형 치매치료제 2건의 전(全)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전 임상에서 일정하고 안정적인 약물 방출을 보였다는 게 핵심이다. 지난달 27일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의 비만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한 것도 호재로 보고 있다. 72주 복용한 비만 환자 몸무게가 최대 26.6% 감량됐다는 결과인 데 시장에서는 새로운 비만 신약이 탄생하면 저희의 DDS 기술 도입을 고려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와 MOU(업무협약)를 체결한 이유는?

▶마약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지 않나. 개발 중인 마약·알코올 중독 치료제 'IVL3004'는 빠르게 기술이전 성과를 낼 후보로 손꼽히는 개량신약 중 하나다. 호주 임상 1상 계획(IND)을 승인 받았으며, 연내 임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국가·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으로 키우는 게 꿈이다.

-벤처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대학 졸업 뒤 바이오 제약사에서 일했다. 임상이나 허가나 전략 쪽이었는데 이 분야 기술이 대단히 좋고 신기한 기술이라는 걸 깨달았다. 굉장히 힘들지만 독보적으로 재현성 있는 기술을 플랫폼으로 확보하면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융합기술을 개발한다는 생각으로 기본부터 차근차근 해왔다.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 텐데.

▶자금난은 당연히 있다. 다만 전통적인 산업과는 달리 벤처캐피탈 투자 받아서 그 다음 기술로 업그레이드 하고 마일스톤(프로젝트 진행 중 중요 시점·사건) 달성하고 다시 투자를 받고 IPO로 가는 과정을 거쳤다. 초반에는 아무래도 기반이 약하니까 쉽지 않았는데 전체 과정이 지금 보면 굉장히 무난했던 것 같다. 해야 하는 일에만 집중 했고, 실질적인 연구 결과물을 쌓아왔다. 6월에는 155억 원 규모 CB(전환사채) 발행과 30억 원의 3자 배정 전환우선주 유상증자를 결의해 185억 원을 조달했다.

회사 로고 앞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 구상을 설명하는 김주희 대표. 이무성 객원기자
회사 로고 앞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 구상을 설명하는 김주희 대표. 이무성 객원기자

-경영 철학은?

▶열심히 사는 건 기본인데 저는 일을 할 때 퀄리티를 가장 중요시한다. 대충대충 하면서 결과를 내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자존심 걸고 높은 수준의 성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어디에 아쉬운 소리하지 않고, 당당하게 순간순간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벤처를 꿈꾸는 고향 후배들에게 팁을 준다면?

▶이게 좋을까, 저게 나을까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는 이것도 안 해보고 저것은 포기하며 계속 고민하고 갈등만 하게 된다. 좀 실패를 하더라도 일단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든지 한번 저지르고 나면 성공하도록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 요즘 젊은 친구들은 대기업을 선호하는 데 유망 벤처에서 자기 역량을 한번 부각해 보는 도전을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주희 대표 누구

대한민국 IT·바이오 벤처의 사실인 판교는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뒤에도 거리와 카페에 직장인이 넘쳐 난다. 시간 구애받지 않고 창의성과 자율성을 발휘해 한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벤처인의 뜨거운 현장이다. 그 중심에 있는 인벤티지랩의 사무 공간 한 복판은 어른을 위한 놀이터이자 휴식공간이다. 가정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원을 배려해야 한다는 김주희 대표의 소신에서다. 그는 공간의 힘을 믿는다. 앳되 보이는 인상이지만 김 대표의 눈빛과 어투는 전사(戰士)를 떠올리게 한다. 김 대표는 "어려서 함께 살며 억척스러웠던 할머니 기질을 닮은 것 같다"며 웃었다.

김 대표는 고향의 젊은이들을 향해
김 대표는 고향의 젊은이들을 향해 "일단 시작해야 성공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유망 벤처에서 역량을 발휘해보라"고 조언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대구 토박이로 경북대 생화학과·한양대(생화학 석사)·경북대(생화학 박사)를 마쳤다. 광동제약 연구소 연구원·한양대학교 의생명연구소 연구원·씨젠 학술부 연구원·한국슈넬제약 인허가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어 휴버트바이오 임상분석·비씨월드제약 인허가 수석연구원을 거쳐 2015년 인벤티지랩을 창업했다.

연구에 깊이 빠져 공휴일에도 종종 출근하는 일벌레이다. 장녀지만 명절에도 고향에 거의 가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 서울에서는 대구경북 선배와 지인들이 적극 챙겨주고, 대구에서는 부모님이 장녀의 빈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고.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있음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술수준평가 전문가·한국약학회 정회원 ·한국약제협회 교육분과 부위원장·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로 활동한다. 보건의료기술 진흥유공자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