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이재명 대표의 단식

입력 2023-09-05 20:28:08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5일 현재 6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정치인의 단식투쟁은 약자로서 최후 저항이자 극단적인 수단이지만, 효율적인 저항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목숨을 거는 만큼 그 절박함에 공감하는 국민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당시 신민당 총재)은 1983년 23일간 단식으로 직선제 개헌의 단초를 마련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평화민주당 총재)은 1990년 13일간 단식으로 지방자치제를 이끌어 냈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2018년 9박 10일간 단식은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드루킹 특검을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됐다.

이 대표의 단식투쟁은 기존 정치인들의 단식과 많이 다르다. 우선 그는 약자가 아니다. 168석을 가진 원내 1당 대표다. 정책과 관련해 못 할 게 거의 없다.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 단식투쟁에 나선 것은 기이한 일이다. 게다가 과거 정치인들이 '국가적 이슈'로 단식에 임했다면 이 대표의 단식은 '사적 문제'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는 단식투쟁과 관련, '민생 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죄,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천명, 국정 쇄신 및 개각 단행' 등을 요구하지만 공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다수 국민들은 이 대표의 단식을 자신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을 노린 전략으로 보고 있다.

단식 방법도 기존과 사뭇 다르다. 단식은 목숨을 건 투쟁인데, 이 대표는 혹 누가 위해를 가할까 봐 밤에는 안전한 장소에 들어가서 잠을 잔다. 이른바 '출퇴근 단식·웰빙 단식'이다. 목숨을 건 단식에 임하며 혹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걱정한다니, 목숨을 버리려 물에 뛰어드는 사람이 옷 젖을까 걱정하는 꼴이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단식 중 30대 괴한에게 폭행당했으나 병원에 갔다가 곧 단식에 복귀했다.

지난 7월, 15일간 단식을 끝내고 병원으로 향하던 우원식 민주당 의원의 건강하고 밝은 표정, 당뇨가 있다면서 6일간 단식에도 생생한 이재명 대표를 보면서 사람이 하루 2, 3끼를 먹는 게 합당한지 의문마저 든다. 그럼에도 이 대표의 단식에는 의미가 있다. 기존 단식투쟁의 의미와 방식을 파괴하고, '이재명표 단식'을 선보였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