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만능주의 사회 속, 진정한 행복과 삶의 가치 놓치고 있지 않나요

입력 2023-08-24 12:50:53 수정 2023-09-13 20:12:57

최형길 개인전 ‘더 바벨(The Babel)’
8월 19일~9월 16일 키다리갤러리

최형길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키다리갤러리 전시장 모습. 이연정 기자
최형길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키다리갤러리 전시장 모습. 이연정 기자
최형길, babel, 162.7x112.4cm, Acrylic, Watercolor, Ink on soft cotton, 2023.
최형길, babel, 162.7x112.4cm, Acrylic, Watercolor, Ink on soft cotton, 2023.

최형길 작가의 17번째 개인전 '더 바벨(The Babel)'이 키다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키다리갤러리 전속으로 활동 중인 최 작가의 작품에는 그가 만들어낸 '미스터 김'이라는 캐릭터가 항상 등장한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직장인의 모습을 한 미스터 김을 온통 채우고 있는 것은 바로 수많은 집이다. 작가는 밑그림도 없이 잉크펜이나 연필로 정교하게 하나하나 집들을 그려낸다.

집은 곧 부와 경제적 가치를 지닌 모든 물질들의 상징이자,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개개인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것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형체인 미스터 김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 모습 그 자체인 셈이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물질 문명 속에서 평생을 부의 축적을 좇아 많은 것을 바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당신은 정말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져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한걸음 더 나아가, '바벨(babel)' 시리즈를 통해 진정한 행복에 접근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잘못된 욕망으로 자아가 무너진 미스터 김을 인간의 과욕으로 무너진 바벨탑에 비유했다.

작가는 "세상과 신체의 경계선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붕괴된 외적 형상을 보여주는 한편, 순수했던 본연의 삶으로 회복시키고자 하는 갈망이 함께 담겨 있다"며 "가족이나 어린 시절의 추억처럼 모든 욕망들을 뒤로 했을 때 근원에 깔려 있는 순수한 가치로 되돌아가는 것이 곧 행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형길 작가는 밑그림 없이 드로잉 펜이나 연필로 수많은 집들의 모양을 그려나간다. 이연정 기자
최형길 작가는 밑그림 없이 드로잉 펜이나 연필로 수많은 집들의 모양을 그려나간다. 이연정 기자
최형길, big, 91.0x72.8cm, Acrylic, Watercolor, Ink on soft cotton, 2023.
최형길, big, 91.0x72.8cm, Acrylic, Watercolor, Ink on soft cotton, 2023.

그래서 미스터 김은 잠시 멈춘 채 잘못된 세상에서 벗어나고자 고뇌하거나, 새로운 지향점을 향해 응시하는 모습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특히 어린 시절의 자신과 집의 집합체로 거대해진 미스터 김이 마주하고 있는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성장한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현재의 내가 어린 시절을 다시 마주해보는 그 순간, 내 삶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깨우칠 수 있지 않을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한다.

김민석 키다리갤러리 대표는 "집이 경제활동의 수단이 돼버린 요즘, 집과 삶의 근본적인 가치와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라며 "관람객들이 미스터 김의 모습을 보며 현재 자신의 모습과 삶의 지향점, 진정한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16일까지. 070-7566-5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