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 연구자
구름 속의 함곡관을 뒤로 한 채 소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노자의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에서도 그려졌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노자는 초나라 출신으로 주나라 왕실도서관의 사관이었다고 한다. 주나라가 망해가는 것을 보자 떠나는데 이때 국경의 관문인 함곡관을 지키던 관리 윤희가 가르침을 간청하자 도(道)와 덕(德)에 관한 5천여 자의 글을 남겨주었다. 윤희가 받은 지혜가 '도덕경'이다. 그림 속엔 윤희도 함께 그려져 있다.
사마천은 노자가 어디로 가서 일생을 마쳤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160여 세 또는 200여 세를 살았다는 소문이 있다며 도를 닦아 수명을 보양(保養)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왼쪽 위에 '청우출관(靑牛出關) 겸재(謙齋)'로 제목과 서명이 있고, 오른쪽 아래에 '쇠세행색(衰世行色)', 곧 현자가 나라를 떠나는 '쇠미한 세상의 행색'이라는 이 그림에 대한 감상이자 교훈적인 설명이 있다.
사마천은 노자가 떠났다고만 했지만 그림에는 항상 소를 타고 떠난다. 소는 문명의 이기인 수레나, 군사용인 말보다 무위자연을 철학을 주장한 노자에게 어울리는 탈 것이어서 일 것이다.
배경의 함곡관은 주나라 국경이자 문명과 야만을 가르는 경계다. 명철보신을 위해 떠났든, 인위와 작위의 문명세계에 대한 절망에서 떠났든 노자의 '은군자(隱君子)'로서 삶의 효능을 사마천은 노자의 향년에 대한 언급으로 뒷받침했을 것 같다.
사마천이 기록한 노자 전기의 첫 단락은 공자가 주나라로 노자를 찾아가 예에 대해 물었다는 이야기다. 이 때 노자는 공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군자(君子) 성덕용모약우(盛德容貌若愚) 거자지교기여다욕(去子之驕氣與多欲) 태색여음지(態色與淫志) 시개무익어자지신(是皆無益於子之身) 오소이고자(吾所以告子) 약시이이(若是而已)
군자는 훌륭한 덕을 쌓고 있으면서도 외모는 어리석은듯하다고 하였소. 당신의 교만한 기운과 많은 욕망, 그럴싸한 겉모양과 지나친 뜻을 버리시오. 이런 것들은 모두 당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소. 내가 당신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오!
공자는 제자들에게 노자는 마치 용과 같더라며 달리는 짐승은 그물을 던져서, 물고기는 낚시로, 새는 주살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용에 대해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이 문례노담(問禮老聃)도 그림으로 그려져 한나라 때 화상석에서부터 공자의 일생을 그림으로 요약한 공자성적도(孔子聖蹟圖)에도 나온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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